“수학여행 떠나기 전 주말에도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어요.”
1일 오후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방글라데시에서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5년 전 입국한 리샤 토프노(16)양은 서툰 한글로 게시판에 붙일 추모쪽지를 적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주말마다 교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가깝게 지냈던 언니 3명(실종 2명ㆍ사망 1명)과 오빠 1명(실종)의 모습이 아직 생생했기 때문이다. 토프노양은 “즐겁게 수학여행을 간 건데 이런 일이 생겨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실종된 언니, 오빠들이 꼭 돌아오길 바라며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교회를 다니는 이반잴린 파로이(13ㆍ방글라데시)양은 “분향소에서 국화를 헌화할 때 언니의 얼굴이 생각나 영정 사진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천국에 먼저 보낸 언니를 위로하고 싶어서 분향소를 찾았지만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오히려 미안함만 더 커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두 학생과 함께 경기 안산 자이언국제학교에 다니는 메삭 마얀자(18ㆍ나이지리아)군도 추모의 마음으로 쪽지를 적었다. ‘Anxiously Awaiting, Good News.(좋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 16일째로 노동절인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조문객들은 40분 넘게 기다려 분향소에 들어섰다. 희생 학생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울음을 삼켰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또래 친구의 넋을 말없이 위로했다.
분향소에 안치된 단원고 학생 157명과 교사 4명, 일반인 18명의 영정사진을 쳐다보던 한 40대 여성은 “불쌍해서 어떡하냐”며 목 놓아 울었다. 그를 부축한 조문객 박모(45)씨도 눈물을 훔치며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들이 희생돼 사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슬픔을 나누려 이곳을 찾았다는 데이비드 배리(45ㆍ캐나다)씨는 “초등학생 딸을 둔 부모로서 학생들의 이른 죽음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오후 7시 현재 7만597명으로, 안산올림픽기념관에 설치됐던 임시 분향소 조문객(18만385명)까지 합해 25만명이 넘는다.
안산=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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