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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위치 정보 스마트폰에 떴더라면...

입력
2014.05.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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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의 실시간 위치정보 제공 시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한 시민이 “실시간으로 여객선의 위치정보를 안내해달라”고 국민신문고에 제안하자 약 20일 뒤 해양수산부는 이렇게 답변했다.

해수부는 ‘보안상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다수가 이용하는 연안여객선은 비상상황 발생 시 바다라는 특수성, 고립성 등으로 인해 상황대응에 상당한 제한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이유를 댔다.

버스 지하철 등 육상 대중교통의 실시간 위치정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지만 연안 여객선은 여전히 예외다. 이렇다 보니 지난달 16일 전남 진도 앞 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도 오전 8시52분 안산 단원고 학생의 첫 119 신고 전까지 학부모 등 외부에 있는 이들은 배 안의 심각한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여객선의 실시간 위치정보가 외부와도 공유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일 해수부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등록된 전체 연안여객선은 173척이다. 모든 여객선에는 실시간 위치와 항로, 속도 등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설치됐다.

지난해 연안 여객선 승객은 처음으로 1,600만명을 돌파했지만 이 같은 AIS의 실시간 정보는 해수부 등 관련기관만 공유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에 섬 주민이나 관광객들은 “악천후로 운항 중지된 줄도 모른 채 여객터미널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시간에 맞춰서 승선 준비를 할 수 있다”며 꾸준히 여객선 실시간 위치정보 공개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세월호의 경우 사고 당일 오전 8시49분부터 움직이지 않고 같은 자리에 있다 침몰했지만 단원고 학생들의 가족 등은 몇 시간 뒤 뉴스 속보를 통해서야 사고 소식을 들었다.

당시 세월호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던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사전에 이상징후를 파악하지 못하다 첫 신고 이후 14분이나 지난 오전 9시6분에야 뒤늦게 교신을 시도했다. 제주 자치경찰조차 세월호의 실시간 위치를 알지 못해 사고 당일 예정 입항시간(8시 30분)에 배가 들어오지 않자 경기도교육청으로 직접 확인 전화를 걸기도 했다.

해수부는 여객선 한 척당 하루 운항 횟수가 많아야 서너 번이고, 기항지도 적다는 이유로 예산을 들여 실시간 위치정보를 제공하는데 난색을 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실시간 위치정보 제공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다”며 “지난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답변한 ‘보안 문제’가 무엇인지도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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