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선박의 운항 수명을 10년이나 늘렸을 뿐 아니라 안전사고를 일으킨 선원에 대한 징계 수위도 크게 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생명 안전과 직결된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 세월호 침몰 참사와 같은 인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1일 정의당 세월호대책위원장인 정진후 의원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중앙해양안전심판원(중앙해심원)은 2011년 12월 ‘징계집행 유예제도’를 도입, 시행했다. 징계집행 유예제도는 해양사고로 업무정지를 받은 책임자가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단기간의 교육을 받는 것으로 징계를 대신한 뒤 다시 승선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중앙해심원은 선박 관련 사고가 났을 때 조사와 심판을 맡는 해양수산부(옛 국토해양부) 산하 준사법기관이다.
중앙해심원은 징계집행 유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이듬해 2월 연수원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해양ㆍ수산종사자가 단기간 내에 징계를 대체하고 생업을 위한 승선을 지속하도록 편익을 제공함은 물론 유사사고 재발 방지에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예방 교육은 하루 6시간씩 4일이 최대였다. 충돌, 좌초, 침몰, 전복, 조난, 인명사상 등 중대 해양사고를 일으킨 관련자도 해당됐다. 업무정지 1~2개월 징계를 받은 이는 2일, 2~3개월은 3일, 3개월은 4일의 직무교육으로 징계를 대체해줬다. 교육내용은 해양사고 사례분석, 선박안전관리, 해사안전법 및 개항질서법, 해양기상강의, 선박조종 심화교육 등 강의나 시청각 교육이 대부분이다.
이 제도로 지난해만 해양사고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82명 중 73%인 60명이 업무정지 중 집행유예를 받았다.
더구나 당시는 이미 이명박 정부가 2008년과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선박의 운항 수명을 20년에서 25년으로, 다시 30년으로 늘려준 직후로 해양사고가 급증하던 시기다. 정 의원실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 받은 해양사고 현황에 따르면, 해양사고는 2006년 657건, 2007년 566건, 2008년 480건으로 점차 줄어들다 2009년 723건, 2010년 737건, 2012년 946건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해양사고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경우는 1건이었다.
정진후 의원은 “선박 수명 완화와 맞물려 해양사고가 급증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선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사실상 면해주는 제도까지 도입했다”며 “세월호 사고는 이런 누적된 규제 완화가 부른 인재”라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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