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교육청이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유족 돕기 성금 모금 운동을 벌이면서 지역내 학교별 참여 인원수와 모금 액수를 보고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교직원들은 “자율적인 모금이라고 해놓고, 모금 액수를 파악하려는 것은 사실상 성금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8일 도내 23개 교육지원청과 각급 학교에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지역 성금모금 안내’란 제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공문에는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달 21일까지 자율적인 성금모금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문제는 학교ㆍ기관별 참여 학생 및 교직원의 수와 모금액 등 성금 모금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도교육청은 직속기관은 7일까지, 일선 학교는 21일까지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해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구체적인 현황 파악 지시가 내려지자 일선 학교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지역의 한교사는 “말로는 자율이라고 하지만 어느 학교에서 얼마를 냈는지 보고하라는 것은 ‘알아서 많이 내라’는 강요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며 “유가족들도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모금은 중단해달라고 하는 마당에 강제적으로 모금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터넷에서도 도교육청의 지시에 비판적인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세월호 침몰은 분명한 인재이고, 책임져야 할 곳이 뚜렷한데 왜 이런 식의 모금이 필요한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조 관계자도 “지금은 성금을 모으는 것 보다는 진상 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의 이런 지시는 성금 모금에 신중한 다른 지역교육청과 대비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구호활동도 끝나지 않았는데 성금을 모금하면 자칫 사태가 종료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춰질 수 있어 현재로선 성금 모금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상황이 정리되면 일선 학교와 모금 진행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28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성금모금 협조 공문을 받아 협조 차원으로 공문을 내려 보낸 것”이라며 “성금이 곧바로 모금회로 입금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황 파악차원에서 참여인원과 액수를 보고토록 한 것이지 절대로 강요하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공문에 ‘자율적’이라는 부분에 굵은 글씨체로 밑줄까지 그어 작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도 지난달 22일부터 직속기관 및 도내 23개 시ㆍ군과 공동으로 성금 모금을 시작했다. 도는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매일 모금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대구시도 지난달 23일부터 대구지하철방화참사 관련 4개 피해자 단체의 제안으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세월호 피해자 돕기 성금 모금을 실시 중이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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