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취항 전 세월호 내부 구조를 변경하며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을 위한 전용 객실을 따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 등 구조 변경이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30일에는 화물 과적과 부실 고박(화물 고정)의 책임을 물어 청해진해운 물류팀 직원을 체포하는 등 선사 측 과실 여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경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에서 들여온 세월호를 4층에서 5층으로 증축하며 회사 실소유주 유 전 회장의 전용 VIP룸을 만들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유 전 회장의 두 딸이 운영하는 모래알디자인에서 맡아 꾸몄다고 한다. 모래알디자인은 청해진해운 등 다른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매출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다.
다만 유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첫 출항 이후 한 번도 이 객실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에는 사진작가 ‘아해’로 알려진 유 전 회장의 작품 전시를 위한 갤러리도 조성돼 있어 그의 지시로 무리한 구조 변경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무리한 증축과 구조 변경으로 세월호가 무게중심이 높아지면서 결국 사고 원인인 배의 복원력 상실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해진해운과 선박 개조를 담당했던 전남 목포의 S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수사본부는 이들을 상대로 설계 도면과 실제 내부 구조가 다르다는 의혹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또 화물 적재와 고박 책임자인 청해진해운 물류팀장 김모씨 등 직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세월호의 원래 선장인 신모씨와 항해사 강모씨 등에게서 복원성에 문제가 있어 화물을 많이 실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듣고도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다. 사측은 오히려 선박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에 정해진 화물 적재량보다 짐을 더 실을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는 게 수사본부의 설명이다. 수사본부는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청해진해운의 다른 직원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사고 현장 부근에서 발견한 유류품 중 휴대폰 8대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로 보내 영상복원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사고 원인이나 침몰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에어포켓’ 형성 여부 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목포=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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