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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 못 받고… 가장 잃어 당장 생활비 걱정에 눈앞이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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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 못 받고… 가장 잃어 당장 생활비 걱정에 눈앞이 깜깜"

입력
2014.05.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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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잃은 순간에도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30일 오전 서울 화곡동의 한 다세대 주택. 치매를 앓는 아버지(75)가 아들 이광진(42)씨의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우리 아들 언제 오지?” 아버지가 부인 윤경자(72)씨에게 물었다. “광진이 하늘나라 갔잖아”라는 윤씨의 대답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잠깐, 아버지는 세월호 침몰 참사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을 다시 찾았다. “광진이가 어디 갔다고?” 남편을 바라보던 윤씨는 “당장 남편 병원비와 생활비 구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 두 손 놓고 아들이 죽은 걸 슬퍼할 수도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10년 이상 치매를 앓아온 아버지와 고혈압인 어머니 걱정에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장가도 가지 못했다. 어머니 윤씨는 “아들은 교통사고로 10년 넘게 다닌 이삿짐센터 일을 하지 못할 때도 모아 놓은 돈으로 아버지 병원비를 댔던 효자”라며 “6개월 전 교통사고 후유증을 극복하고 건축회사 한 곳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어 부모를 호강시켜 주겠다던 아들은 제주도 공사 현장에 가기 위해 화물트럭에 공구를 싣고 배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광진씨의 회사 동료 이제창(47)씨도 세월호 침몰로 목숨을 잃었다. 아내(49)는 남편의 영정을 끌어 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때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끊었고, 아버지는 얼마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나 이씨에게 아내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13년을 함께 산 아내는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 젊은 시절 사업 실패로 재산 대부분을 차압 당한 남편 이씨가 아내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신도 발견 닷새 만에야 인계 받을 수 있었다.

직접 시신을 인계 받을 수 없었던 아내는 경찰을 통해 연락이 끊긴 남편의 사촌을 찾았다. 그를 통해 가족관계 확인을 받아 23일 경기 남양주 원병원에 남편의 빈소를 마련했다. 이씨의 직장 동료들은 “아내인데도 보상 한 푼 못 받는 답답한 상황이다. 앞으로 생계를 어찌 꾸려갈지 막막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국민들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을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이, 전국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와 언론의 시선 밖에서 눈물을 삼키고 있다. 이광진씨의 매형 한성식(49)씨는 “일반인 희생자 대부분이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당장 생활비 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가족들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조문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는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이씨의 영정은 찾을 수 없다. 합동분향소를 만들었다는 소식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어느 누구도 합동분향소 이야기 한 번 꺼낸 적 없었다. 한씨는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 희생자 분들이 합동분향소를 만드는 등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제외하곤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은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씨는 “제 국민을 구하지 못하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도 이민은커녕 먹고 살 걱정부터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아픔도 소외 당하지 않도록 기억해달라”고 힘없이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진도=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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