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다음날인 17일 물살이 느린 정조시간에 해군 최정예 잠수요원 통제하고 민간 잠수요원을 우선 투입한 것으로 30일 드러났다. 당시는 침몰한 세월호 뱃머리가 상당 부분 수면 위로 떠 있던 때로, 에어포켓(공기주머니)에 승객들이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파문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이날 국회 국방위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17일 오전 사고해역 물살이 가장 느린 정조시간에 특수전전단(UDT)과 해난구조대(SSU) 대원 19명을 생존자 수색에 투입하기 위해 침몰한 세월호 주변에 대기시켰다. 그러나 해경이 민간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가 사고현장에 잠수를 먼저 해야 한다며 해군 특수요원들의 접근을 통제하며 수색작업에서 배제시켰다.
사고 발생 당일인 16일 오후에도 해군 잠수요원들은 현장에 도착해 하잠색(잠수사들을 위한 인도선) 한 개를 설치했으나 수색 작업은 해경 잠수팀이 주도하고 해군 요원들은 제외됐다.
해경은 ‘언딘 소속의 민간 잠수사를 우선 잠수시키기 위해 해군 특수요원의 현장접근을 통제했다’는 국방부 자료와 관련,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사고발생 이후 민ㆍ관ㆍ군 잠수사는 해경 주도 하에 탐색구조활동을 실시하고 있다”며 “재난 구호 책임기관인 해경의 종합적 판단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난구호법 상 해수면에서의 수난구호는 해경이 지휘하도록 돼 있고, 언딘은 사고 선사인 청해진 해운과 인양계약을 맺은 구조 전문업체다.
하지만 세월호의 뱃머리가 드러나는 등 승객의 생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해경이 잠수가 용이한 정조시간에 해군의 최정예 요원을 배제함으로써 구조활동과 관련해 초동 대응에 앞서 미숙한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 의원은 “해경이나 해군이 긴박한 위기대응 국면에서 경직된 자세로 안이하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해경은 해군요원들이 출동하기 전인 16일 오후 6시 전까지 하잠색도 설치하지 못하는 등 골든타임에 초동 조치도 제대로 못했다.
한편 진 의원은 이날 국방위에서 “사고 당일 해군 SSU 요원들이 잠수 장비를 갖추지 않고 출동해 하잠색 설치를 위한 최초 잠수 작업이 지연됐다”며 해군의 초기 대응도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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