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당시 세월호에는 구명뗏목 44개가 실려 있었다. 뗏목은 원통형 용기에 담겨 있다가 수압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펼쳐지는 천막 모양 구명보트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펼쳐진 뗏목은 단 1개에 그쳐, 올해 2월에 있었던 세월호 정기검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기검사를 맡은 선박 검사업체 한국선급(KR)은 법이 정한 절차를 정확히 지켰다며 부실 검사 의혹을 부인한다. KR는 정기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데 뗏목은 정부가 승인한 ‘우수정비사업자(정비업체)’가 점검한다. 정비업체는 배에서 모든 뗏목을 떼어내 땅에서 내용물에 이상이 있는지 점검한다. KR는 점검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최종 승인한다. 마지막 과정은 KR와 정비업체가 함께 뗏목을 배에 달고 2개를 골라 실제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KR는 이 모든 과정을 법대로 했다고 밝혔다. KR 관계자는 “검사 뒤에 정비를 잘못했거나 승객이 건드려 오작동하는 일을 막으려고 선체에 뗏목을 묶어뒀을 수 있다”며 책임을 선사로 돌렸다.
그러나 KR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KR가 4년 전에도 구명뗏목을 부실하게 검사했던 사실이 30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해양경찰청이 2010년 3월 19일 정책 홍보 홈페이지 ‘정책브리핑’에 올린 한-일 고속선 ‘코비3호’ 표류 사고 보도자료에 담겼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코비3호가 3월 1일 표류한 원인을 조사하다가 정비업체가 배에 실린 뗏목의 정기검사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뗏목을 검사한 B기업이 해상투하팽창시험과 가스팽창시험을 안 하고는 가짜 정비보고서를 꾸며 KR에 제출한 것이다. KR는 가짜 보고서만 보고 선박안전검사증서를 써줬다. 정비 체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세월호 사고에서도 부실 검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선주가 뗏목을 정비할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구조 탓에 검사가 부실해졌다는 의혹도 나왔다. 법은 뗏목을 매년 점검하도록 했는데 개당 점검 비용은 30~5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세월호에 실렸던 뗏목 44개를 점검하려면 최대 2,200만원이 든다. 정비업체로선 어떻게든 선주에게 잘 보여야 사업을 따낼 수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청해진해운과 정비업체 사이에 뒷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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