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루 만에 뒤집었다. 유족들이 대통령의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야당 지도자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김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께 위로가 되기를 바랐지만 박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과 유가족에 분노를 더하고 말았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유가족이나 국민 앞에서 ‘나도 죄인’이라고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면 유가족과 국민에게 작은 위로나마 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과 방식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의 사과 발언에 대해 “오늘 박 대통령의 사과의 말이 있었다고 한다. 국민들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넘어갔다. 김 대표의 발언에 이어 새정치연합은 같은 기조의 공식 논평도 냈다. 당초 당 대변인실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과를 강한 톤으로 비판하는 논평을 준비했지만 김 대표의 지시에 따라 논조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입장 변화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도리어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날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는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대해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회의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고 비판했고, 안산 합동분향소에 있던 박 대통령의 조화도 치워버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통령 사과에 공감을 표시했던 김 대표로서는 겸연쩍게 된 셈이다.
당 내에서도 김 대표의 안이한 상황 인식에 대한 비판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한정애 대변인은 “지도부의 (기조가) 급변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대통령의 사과가 국민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판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