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르면 5월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해역에서 러시아와 연합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 센카쿠가 미일 안보조약 대상임을 천명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나선 데 맞서 중러가 손을 잡고 대응하는 듯한 모양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0일 ‘러시아의 소리’를 인용,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5월말~6월초 동중국해에서 연합 군사 훈련 ‘해상 협력 2014’를 실시키로 이미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군사 대표단이 현재 상하이(上海)에 도착, 마지막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군은 대공, 대잠, 봉쇄, 도선, 보급 등의 다양한 훈련을 실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댜오위다오 북서 해역에서 연합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훈련에는 양국에서 각각 20여척의 함정과 반잠수정 등이 참여한다. 러시아 해군은 “탄도 미사일 순양함, 탄도 미사일 구축함, 원양 예인선, 보조선 등으로 혼합 선단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5월 20,21일 상하이에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40여개 국가 및 국제조직 대표가 모여 ‘대화ㆍ신뢰ㆍ협동의 강화와 평화ㆍ안정ㆍ협력의 신아시아 건설’이란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안전은 당연히 아시아 국가가 주도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CICA는 1992년 당시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주도 하에 출범한 지역안보협의체로, 우리나라도 2006년부터 정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러시아 언론은 이 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보도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 24일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센카쿠를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으로 명시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중국 주재 양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중국 해경도 이후 댜오위다오 해역에 대한 순찰에 나섰다.
러시아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며 중국과 손을 잡을 필요가 더 커진 상황이다. 미국 백악관은 최대 700억달러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겨냥, 러시아 정부 인사 7명과 기업 17곳을 상대로 입국금지와 자산동결 등 3차 제재를 시행한다고 발표했고,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제재 동참을 밝혔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맹비난을 퍼부으며 보복 등을 경고한 상태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2년 연속 첫 해외 순방국으로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등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