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7년된 여객선 운항, 안전 장담 할 수 있는가
선령(船齡)이 37년 된 여객선 2척이 부산~일본 국제항로에서 운항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여객선은 선령 제한이 없는 데다, 이들 선박은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안일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정말 국민이 안심하고 승선해도 된다는 걸 장담할 수 있는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등록 여객선 224척 가운데 7척은 선령이 이미 30년을 넘었고, 이중 현재 부산~일본 대마도 항로 등에 투입된 2척은 진수된 지 37년이나 됐다. 미래고속㈜ 소유의 160톤급 코비3호와 162톤급 코비5호다. 국내 해운법은 안전을 이유로 여객선의 사용연한을 3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연안여객선에만 적용된다. 때문에 코비3호와 코비5호의 국제선 운항은 불법이 아니지만, 사고위험은 그 만큼 높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이들 선박은 2007년과 2010년에 정비불량 등으로 몇 차례 표류사고를 낸 전력도 있다.
일본은 선령 15년이 넘는 2,000톤 이상 여객선은 운항을 규제한다. 하지만 우리는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완화,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려 놓았다. 이로 인해 노후 선박의 수입이 급증했다. 선주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선령 15년 이상 된 선박을 들여와 개조해 10년 이상 더 쓰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도 1994년 건조된 후 2012년 9월까지 일본에서 18년 동안 운항했던 배다. 이 같은 중고 여객선은 현재 36척으로 이들의 평균 선령은 20년이 넘는다. 선령을 갑자기 연장했던 2009년 당시의 과정을 되짚어 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객선은 선령 관리가 엄격해야 한다. 또 중고 선박의 경우 안전장비와 항해장비 등 유지 보수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영세한 선주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어, 언제 어디에서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당장 20년 이상 된 모든 노후 여객선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여객선 선령 기준을 다시 강화하는 조치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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