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안타까움이 전국민을 분향소로 이끌고 있다. 지금 어느 누구보다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당사자는 정부다. 하지만 정부가 하는 행태를 보면 상황을 파악하기는커녕 민심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국무총리가 분향소 설치를 지시한 지 사흘이나 지난 26일 지방자치단체 합동분향소 설치 공문을 내려 보냈다. 정부는 공문에서 분향소를 시ㆍ군ㆍ구를 제외한 17개 광역단체별로 한 곳씩 설치토록 했다. 설치 장소는 시ㆍ도청사를 원칙으로 하고 질서가 유지되는 실내공간에 마련토록 지시했다. 기초단체는 분향소 설치를 금지하고, 그나마 설치되는 광역단체는 시민들이 찾아가기 쉬운 곳이 아니라 시ㆍ도청사 안에 마련토록 한 것이다. 4년 전 천안함 사건 때는 기초단체에도 분향소를 설치하도록 해 전국에 340곳이나 설치됐다. 당시에는 시민왕래가 잦은 곳에 분향소를 설치토록 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식의 정부 지침에 반발해 기초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자체 분향소를 속속 설치하자 뒤늦게 29일 방침을 철회하고 기초단체 자율에 맡겼다. 경찰도 시민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추모 성격의 촛불행진 집회신고를 하자 교통량이 많은 곳이라는 이유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법원은 “경찰의 처분으로 시민단체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촛불행진을 허용했다. 사건 초기부터 대응을 엉망으로 했던 정부가 추모 열기가 반정부 정서로 흐를까 우려해 파장을 줄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있던 임시분향소를 화랑유원지로 이전하면서 유족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유족들이 언론보도를 보고 달려가야 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분향소 이전 소식을 사망한 아이들의 휴대전화 카톡방에 공지했다는 사실이다. 한 유족은 “(희생자들이) 장례 절차를 스스로 알아보고 있다”고 대통령에게 하소연했다. 정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애도 행렬을 통제하는데 신경 쓸게 아니라 유족들의 아픔을 더 보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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