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연내 설립이 또 다시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금소원의 권한과 역할을 둘러싼 정부ㆍ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금소원 설립은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강력한 여론에 따라 올 상반기 설립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지난해 입법이 불발돼 지연됐다. 그나마 연내에라도 설립되려면 오늘 중에 국회 정무위에서 법안을 처리해 2일 본회의에 상정해야 하지만 여야는 법안소위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 상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은 금융감독원에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또 다른 목표에 매몰돼 금융소비자 보호는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판매 같은 비리가 방치됐음은 물론, 은행 등이 수시로 대출자에게 부당한 고금리를 적용하는 ‘고무줄 금리’ 행태도 끝없이 반복돼왔다. 따라서 전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사를 감시ㆍ감독하고 제재할 수 있는 금소원의 조속한 설립이 절실해진 것이다.
금소원의 큰 틀은 이미 합의됐다. 금감원 기능을 분리해 금소원을 설립하고, 금소원 내에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비슷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두기로 했다. 금소원은 금융사에 대한 제재권과 함께 규정 제ㆍ개정권을 갖게 한다는 것에도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금소원장 제청권, 금소위 위원 구성 방식, 독립적 예산 승인권 부여 여부 등에 대한 이견이다. 금융위원회는 최소한의 권한과 영향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고, 야당은 “금융위가 밥그릇 챙기기 욕심에 집착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국가 면허에 의한 공공 기간산업이다.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서비스 전략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금융위가 육성과 규제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금소원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걸 단순한 밥그릇싸움으로 매도할 순 없다. 하지만 설립 취지를 새겨봐도 금소원은 보다 독립성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좀 더 개혁적 입장에서 금소원 설립을 서둘러야 할 책임은 정부ㆍ여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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