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법은 국내 항구를 오가는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를 한국해운조합에게 맡겼다. 해운조합 직원인 운항관리자 74명은 전국에 흩어져 배에 구명장비가 제대로 있는지, 실린 화물량은 적당한지를 출항 전에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 이 체계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안전관리체계가 엉망이 된 원인은 해운조합이 국내 2,000여 선사가 모여 만든 이익단체인 데 있다. 아무리 성실한 운항관리자라도 고용주인 선사의 이익을 해치면서까지 감독을 철저히 하긴 어렵다. 해운조합은 1973년부터 정부 대신 여객선 안전관리를 맡아왔으니 한국 정부는 지난 40년 동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도대체 해운조합에 ‘셀프 감독’을 맡긴 이유는 뭘까? 정부는 1970년대에는 민간과 정부 모두 안전관리에 무지했던 탓에 해운조합에 감독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안전관리는 선진국에서도 선사 책임인데 제도 도입 당시 국내 업체는 너무 영세해서 고급인력을 채용할 능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선사의 조합이 운항관리제도를 운영하게 했다는 것. 그는 “선진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안전관리는 선사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독한다”고 덧붙였다. 감독만 잘하면 셀프 감독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감독에 실패했다. 감독은커녕 낙하산 인사의 은신처로 이용해왔다. 해운조합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감독 권한도 나뉘어 있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사고 이후 해양경찰이 1996년부터 운항관리자를 관리해왔지만, 운항관리제도 관리와 운영비 지원은 여전히 해수부 담당이다.
자연히 운항관리제도 역시 엉망으로 운영됐다. 연안여객선 이용객 수는 해마다 늘었지만 운항관리자 수는 해운조합 영업실적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제멋대로였다. 정부가 지원한 운영비는 규정을 어기고 해운조합 자체 계좌로 들어갔다. 해수부는 해경을 운항관리자로 앉히는 규칙을 만들었다가 특혜 논란에 폐지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