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지출에서 주거비 교육비 공적연금 의료비 등 경직성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했다. 교육비로 인한 가계빚은 전체 가계빚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만성적 한계기업’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작성, 금융통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의무적으로 매년 두 차례 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가계 - 경직성 지출 커지고, 다중채무자 늘고
주거비 교육비 공적연금 사회보험 의료 및 보건 비용 등은 지출 규모가 크면서도 탄력적으로 줄일 수 없는 경직성 비용이다.
그런데 가계지출에서 이런 경직성 비용 비중은 2003년 26.4%에서 지난해 29.0%까지 높아졌다. 주거비가 이 기간 7.8%에서 8.2%로 늘었고,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및 의료ㆍ보건 비용의 경우 9.8%에서 12.1%로 치솟았다. 교육비 비중은 8.7%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경직성 비용 비중이 높아질수록 가계수지 개선이 구조적으로 제약되고,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비 비중은 변하지 않았지만,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는 급속히 불어나는 추세다. 작년 말 현재 28조4,000억원으로 1년 새 3조1,000억원(12.3%) 불어났다. 이 기간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6.0%)의 두 배를 훨씬 웃돈다. 특히 교육비 대출의 41.9%가 비은행권 대출이어서 금리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향후 가계 소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교육비 관련 대출은 점차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팍팍한 살림에 고금리 카드론을 여러 회사에서 이용하는 이들도 증가세다. 카드론 이용자 중 복수 이용자 비중은 2012년말 29.2%에서 작년 말 30.3%로, 3개 이상 기관에서 카드론을 이용하는 이들 비중도 7.0%에서 7.7%로 상승했다.
기업 - 만성적 한계기업 심각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은 2009년 말 2,019개에서 2012년말 2,965개로 3년 새 47% 급증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이어지는 기업들이 3,000곳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들 한계기업 4곳 중 3곳 이상(76.1%)은 과거에 한계기업이었다가 다시 한계기업으로 추락한 ‘만성적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한계기업의 늪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자보상비율과 유동성비율(단기채무/단기유동자산)이 모두 100%에 못 미치는 위험기업들의 빚, 즉 위험부채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훨씬 더 늘었다. 이 비중은 2008년 20.7%에서 지난해 26.8%까지 치솟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일본의 엔저 심화 등 외부 충격이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에도 기업들의 위험부채 비율은 28.0%로 높아지는데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고,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선까지 떨어지더라도 국내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0.35%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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