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배가 균형을 잡는데 꼭 필요한 평형수 등을 최소 적재 기준보다 1,000톤 가량 적게 실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화물을 많이 실은 탓에 평형수를 덜어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평형수의 양은 1등 항해사만 알 뿐 따로 점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9일 한국선급(KR)에 따르면 세월호는 화물과 여객을 최대로 싣고 출항할 때 평형수를 1,700톤 이상 채우도록 하고 있다. 그래야 복원성(배가 기울었을 때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성질)이 유지된다는 검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KR은 또 평형수와 함께 배 복원성에 영향을 미치는 연료(560톤)와 음용수(290톤) 식량(170톤)을 1,020톤 이상 싣도록 했다. 연료 등은 운항 중 소모되므로 도중 바닷물로 평형수를 채워 도착시에는 평형수 2,030톤을 맞추라는 기준도 있다. KR 관계자는 “배가 복원성을 잃지 않기 위해선 평형수 등이 기준량 이상 항상 채워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경우 이 모든 무게를 합친 재화중량톤수는 한도(운항관리규정 상 3,963톤)를 넘지 않았다. 15일 한국해운조합의 출항 전 안전점검에서 세월호 옆에 그려진 만재흘수선(滿載吃水線)이 수면 위로 올라와 있었다. 청해진해운은 “화물과 여객 등을 합해 3,608톤을 실어 재화중량톤수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물은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등 약 2,000톤이 실려 있었다. 화물과 여객 최대 적재 한도인 1,070톤의 2배나 된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앞서 “과적한 무게만큼 평형수를 줄여 만재흘수선을 수면 위로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는 침몰시 약 200톤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아 기준(560톤)에 맞게 넣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나머지 평형수 음용수 식량의 무게가 기준(2,720톤)보다 1,000톤이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만약 음용수와 식량을 각각 기준(합계 460톤)에 맞췄다면 평형수는 기준(1,700톤)보다 1,000톤 이상 부족한 580톤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평형수 등이 기준보다 적게 채워졌다면 화물 무게와 상관없이 배 복원성이 상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선박 설계 전문가는 “평형수가 들어가는 발라스트 탱크는 화물이 실리는 공간보다 아래에 있어 화물을 더 싣고 평형수를 빼면 총 중량을 동일하게 맞춰도 배 복원성은 나빠진다”며 “화물량과 속도 조절 등을 위해 평형수 양을 조절할 때도 적정량은 항상 채워져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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