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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지쳐가는 가족들, 고위 공직자·정치인 발길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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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지쳐가는 가족들, 고위 공직자·정치인 발길도 뚝

입력
2014.04.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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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사고를 수습하겠다던 정치인, 고위 공무원들 다 어디 갔어?” 세월호 침몰 참사 14일째인 29일 실종자 가족인 50대 남성은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가슴을 치며 분노했다. 25일부터 물살이 빨라져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되는데다 사고 수습을 약속했던 사람들의 발길마저 끊겨 가족들은 더 지쳐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직후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교육감 등은 연일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듯했다. 사고 다음날인 17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해역과 체육관을 방문해 실종자 구조대책 마련과 가족 위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단 며칠뿐이었다. 이날에는 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준영 전남도지사만 체육관을 방문했다. 이마저도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장관은 체육관 해경 상황실에 잠시 들러 현황을 보고받고 돌아갔고, 박 지사는 자원봉사에 동원된 기관, 단체 직원들과 악수하고 자리를 떴다. 이런 ‘얼굴 도장 찍기’식 방문에 가족들은 더 분노했다.

전남도에서 행정지원을 나온 한 공무원조차 “사고 초기만 해도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할 것 없이 체육관을 방문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 와서 큰 소리 쳐봤자 실종자 가족에게 도움이나 위로를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팽목항에 있는 가족들은 정치인 등의 방문에는 이미 관심도 없다는 반응이다. 가족들은 앉거나 누워 있다가 시신 인양 소식이 전해지면 인상착의를 설명하는 가족대기소로 뛰었다. 피붙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가족들은 다시 힘 없이 주저앉았다. 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것뿐이었다.

팽목항의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그딴 것 관심 없으니 묻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50대 남성은 “사고 2주가 넘어가는데 매일 날씨, 조류 탓만 늘어놓고 있다.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 국회의원, 공무원 하나 없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다”라며 바다만 바라봤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체육관과 팽목항 곳곳에서 링거를 맞거나 진료소에서 약을 타가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진도=하태민기자 hamong@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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