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 신간과 구간에 관계없이 모든 도서의 할인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의 확대 시행과 관련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최재천 의원 발의)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령이 마련되는 11월부터 개정 도서정가제가 본격 시행되면 법적으로 허용된 할인 폭을 넘어서는 모든 도서 판매 행위가 제재를 받게 된다. 이번 개정안 통과는 출판계와 서점업계가 할인 폭과 대상 도서 품목을 놓고 1년 여 동안 논쟁한 끝에 2월 전격적으로 이뤄낸 협약에 따른 후속 조치로 출판계와 도서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현행 도서정가제의 대상에서 제외됐던 실용서와 초등학생 학습서, 도서관 구매 간행물을 포함한 모든 서적의 할인 폭이 마일리지 제공 등을 합해 총 15% 이내(순수 가격 할인은 10%)로 묶인다. 기존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이내 신간에 대해 정가의 10% 할인과 할인된 가격의 10% 마일리지 적립을 함께 허용(총 19%)하고 있으며 출간한 지 18개월을 넘은 구간 도서에는 이 같은 제한을 적용하지 않았다. 확대 시행되는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구간 도서의 정가를 변경해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도서정가제의 적절한 보완을 위해 시행 후 3년마다 적용 범위와 할인율을 개선할 수 있게 했다.
도서정가제 확대 법안이 시행되면 소형 서점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 서점들은 이제껏 마일리지 등 할인 혜택 제공에서 온라인 서점에 열세를 보이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주로 동네의 ‘학생 손님’을 고객으로 하는 참고서류가 도서정가제의 제약을 받게 된 점도 소형 서점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성미희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서련) 총괄실장은 “현행 도서정가제 아래에선 대형 할인점마저 초등학생 참고서를 절반이나 할인해 팔고 있어 동네 서점들의 어려움이 심각하다”며 “할인 폭을 15%로 제한한다고 해서 소형 서점이 당장 살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형 업체들과 같은 출발선에 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 개편이 확정됨에 따라 할인 제한이 강화되기 이전에 재고를 소진하려는 출판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박대춘 한서련 회장은 “개정안 통과가 확실시되면서 이를 의식한 출판사들이 재고를 방출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섰고 이에 따라 구간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등 문제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 서점들이 6개월 후 할인 제한 대상이 되는 구간 실용도서들을 중심으로 반값 할인에 나서고 있어 한시적이지만 혼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대현 대한출판문화협회 유통담당 상무는 “6월에 열리는 서울도서전에서 출판사들이 실용서 덤핑 판매에 나서는 등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까지 한동안 여러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서정가제 확대 시행은 서적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할인가 적용 범위가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인상 정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대현 상무는 “출판사들이 자체적으로 책값의 거품을 빼는 쪽으로 움직일 게 확실하고 출간 후 18개월이 되는 도서들은 회수한 후 새로 정가를 매길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상당한 폭의 할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적인 도서구매비용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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