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동성 칼럼] 한국을 부르는 공적 개발 원조

입력
2014.04.29 18:48
0 0

2014년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2조 2,700억원 정도이다. 최근 경기악화로 국제사회의 ODA 규모가 정체상황에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ODA/GNI) 비율은 0.16%인데, 이는 정부가 2015년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0.25%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엔(UN)이 요구하는 0.7%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OECD 평균원조비율인 0.30%에도 못 미친다.

지원규모 상위 5개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이고, UN 목표치를 넘어선 국가는 덴마크 등 서유럽 국가들이다. 영국도 2014년 예산에 0.7%를 반영하였다. 선진국 특히 서유럽의 국제원조비율이 높은 것은 이들 국가들이 인도주의와 사회주의적 모델을 근간으로 하고 있고,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도 반영된 결과이다.

우리나라 역시 60년 가까이 받은 원조에 대한 도덕적 책임과 더불어 어려운 지구촌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 기후환경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글로벌 공공재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활용 면에서 공적개발원조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안정과 공동번영을 위한 원조를 시행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볼썽 사납지만, 원조 활동은 엄연히 중요한 산업이자 연구분야이다. 개도국이 필요로 하는 각종 경제사회 인프라와 제도적 인프라, 그리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역량개발을 위해서는 민간기업, 공공부분, 대학, 연구소, NGO, 개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련 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2010년 국제금융기구에 분담한 비율이 1.48%인데 반해 이들 국제기구에 우리국민이 참여한 비율은 0.7% 수준이고, 2012년 UN의 경우는 분담율로는 11위인데 반해,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배출하였음에도 진출인원수로 보면 62위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협력조달시장에서의 참여현황은 이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업 등이 2012년 UN에서 0.53억 달러를 수주했는데 비율로 보면 0.34%이다. 2007년의 0.51%에서 더 낮아졌다. 분담금 비중인 2.26%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기구와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우리국민과 기업의 진출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항목별로 분석하면 더욱 심각해진다. 국제개발은행에서 수주한 금액 중 99.9%가 기자재 및 시공이고, 컨설팅 분야는 0.1%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로부터 국내기업이 수주한 금액은 3.0%, 9위이지만 컨설팅 금액은 0.3%로 35위이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국가에 비해서도 열위이다.

본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전타당성조사 및 마스터플랜 등의 컨설팅 수주에는 원조공여국 비중이 매우 높다. 경쟁우위가 높은 이유는 국제개발협력의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지역정보와 컨설팅능력이 지역에 적정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국제화, 글로벌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정보라는 플랫폼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세계적 상위 국제개발협력 컨설팅 기업들의 연 매출은 우리나라 대표 무상원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1년 예산을 초과한다.

전세계의 최상위 소득계층 10억 명을 위한 최첨단산업만이 창조산업은 아니다. 40억 명에 달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최하 소득계층, 즉 피라미드 밑단(Bottom of Pyramid: BOP)이라고 부르는 시장 또한 해당 지역에 적합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결합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빈국들의 지역정보를 수집하고 체계화하고 공유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학 또한 각성이 필요하다. 국내에 기반한 연구 울타리를 벗어나 과감히 현지로 진출하여 흩어진 인류의 지혜와 다양한 지역을 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청년들은 국내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수십장의 이력서를 쓸 것이 아니라, 과감히 눈을 돌려 세계를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젊은이들이 도전적으로 세계진출을 한 나라만이 창조와 미래가 있었다. 정부와 출연연구기관들은 젊은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기반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KOICA와 같은 기존 플랫폼을 확장해 한국의 개발경험을 나누고 지구촌 공동의 개발과제에 대처하며 지역정보라는 미래창조의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

* 조동성 칼럼은 매 3주 수요일자에 게재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