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공무원 사회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예고하자, 전문가들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폐쇄적인 채용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 형성” “부처 칸막이 속에서 부처 이기주의 만연”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관료 양성” 등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낱낱이 거론하며 강력한 개혁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이 이러한 문제점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역대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 부족 때문만도 아니어서 이번 정권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도 과거정부에서 중요한 문제로 인식했고 해결방법도 제시됐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만큼 정권의 시간적 제약 하에서 결과를 얻어내기 어려운 과제이고, 저항이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폐쇄적 채용구조’나 ‘전문성 없는 순환보직’과 관련, 전영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고시 제도를 개편, 필요한 인재를 적시 채용하는 특채시스템이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층 자녀 음서(蔭敍) 가능성 차단장치를 전제로 국립행정원, 행정아카데미 등 전문성 있는 공직자 후보의 양성기관 도입을 제안했다.
이준우 한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10% 정도인 ‘개방직’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순환보직 문제는 ‘3급 이상’(부이사관)에 적용중인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4ㆍ5급으로 확대하는 걸 대안으로 제시했다. 능력이 검증됐다면 4, 5급 중견 공무원도 연공서열을 깨고 고위직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성과위주 평가ㆍ보상체계는 부처별 책임경영 체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각 사업부에 권한을 나눠준 뒤 성과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것처럼, 대통령으로부터 재량권을 보장받은 장관이 부하의 승진이나 급여 혜택을 차등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직 후 유착을 막으려면 공무원들이 60대에도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체계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개혁 효과보다는 공무원 조직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밭대 이 교수는 “외부 전문가 능력이 고시출신 공무원보다 우수한 경우가 드물고, 임용된 뒤에도 고시 출신의 견제로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금지는 공무원 사회의 노령화와 고위직 인사적체, 공무원 연금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취업 방식의 명예퇴직으로 유지된 공무원 조직의 잉여인력 관리 통로가 봉쇄되면 그 부작용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사회 개혁이 인적 쇄신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투명성 제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교수는 “서울ㆍ세종청사간 영상회의 시스템에는 녹화기능이 없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공무원 개혁은 이런 불투명성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사회의 위기대응 능력 부재에는 국정운영 스타일의 영향도 적지 않다. 공무원이 책임감 있고 자발적으로 일하길 원한다면 청와대와 대통령이 부처 권한을 강화시켜줘야 하는 데 지금의 만기친람식 리더십으로는 공직자들이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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