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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계절의 여왕

입력
2014.04.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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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는 계절의 변화가 완연하면서 수목들의 잎이 새로 돋아나 한껏 푸르름을 뽐내는 시기이기에 이같이 부른다. 우리에겐 더욱 특별한 이유도 있다. 가정의 달로 지정된 이달엔 1일 근로자의 날(노동절),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19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빼곡하다. 석가탄신일도 대부분 이달에 돌아온다. 가히 계절의 여왕다운 따뜻함이 넘쳐난다.

▦ 그간 가정을 비롯해 정부나 학교, 기업에서는 5월의 기념일을 맞아 아낌없이 예산을 지출했다. 황금연휴도 시작되기에 여행ㆍ관광업계와 외식업계, 백화점, 유원지 등 관련 업계에선 5월을 최고의 대목 기간으로 꼽는다. 그러나 올해는 여느 때와 다를 것 같다. 세월호 참사로 모든 일정이 멈췄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기념식을 취소하거나 축소했고, 노동계는 노동절 행사를 최대한 간소하게 치를 계획이며, 불교계는 축하 행사를 대부분 추모 법회로 대체했다.

▦ 5월의 각종 기념ㆍ축하행사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 사람들이나 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그 중 ‘5월은 우리들 세상’이라고 노래 부르며 신나게 뛰놀아야 하는 어린이들에겐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지켜봐야 했고, 자신들의 생일 격인 어린이날 마저 마음껏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 졌으니, 어른들이 도통 얼굴을 들 면목이 없다. 모든 게 세월호 참사가 낳은 또 다른 폐해가 아닐 수 없다.

▦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세월호 실종자와 사망자 가족들이다. 아무리 수습이 마무리된다 해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을 보내며 이들이 또 한번 비통함에 빠질까 가슴이 저려온다. 때문에 함께 울어주고 함께 걱정하고 함께 기적을 바라는 5월이 되도록 온 국민이 함께 마음을 나눴으면 한다. 내년 5월에는 마음껏 자태를 뽐내는 계절의 여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면서 올해 5월만큼은 차분하고 경건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자.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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