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사과 형식과 시기 등에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성난 민심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유족들에게 위로와 애도의 뜻을 거듭 표하면서 “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부분들에 대해 우리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그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드시 밝혀 내야 한다”며 ‘사죄’라는 표현도 두 번 사용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윤창중 사태, 기초연금 공약 수정,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사건 등에 이은 네 번째로, 사과 표현 수위로만 보면 가장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사과 시기가 너무 늦어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기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 부실과 무능으로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데도, 그간 대통령의 사과 언급이 나오지 않아 책임 회피 여론이 적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그 동안 실종자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상태여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엔 시기가 적당치 않았다”고 전하고 있지만, 여론에 떠밀려 사과를 했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국무회의 석상인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등 앞선 세 번의 사과와 마찬가지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자리여서 국민에겐 간접적인 사과 전달 형식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실종자 수색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5월 중순쯤 별도의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할 것이란 얘기가 기정사실처럼 나오지만, 사고나 희생자의 성격과 수습과정의 혼란을 감안하면 국민 앞에서 직접 사과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박 대통령이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 한스럽다”고 밝힌 것도 책임을 통감하는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한 공동체’는 대통령 공약인데다 집권 2년째에 빚어진 이번 사태를 과거의 잘못된 관행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 대통령의 사과 표현의 수위는 높았으나, 시기와 형식 등에서 국민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며 “국민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는 사과 표시가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