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에 최근 대형 금속 돔을 씌우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사능이 새어 나오는 체르노빌 원자로의 주변을 돔으로 밀폐시켜 그 피해를 원천 차단하자는 프로젝트다.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에서 남쪽으로 13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제4원자로를 완전히 덮을 수 있는 대형 돔 ‘노바르카’(Novarka)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1986년 4월에 제4원자로가 사고로 폭발하면서 지금까지 체르노빌 주변 지역에 살던 시민 약 7,000명이 사망하고 약 70만 명이 피폭 당했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노바르카는 미국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높이 약 47.5m)도 덮을 수 있는 크기로 무게만 약 3만2,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조물이 완성되면 체르노빌 원전이 사고 당시와 같이 붕괴하더라도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퍼져 나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노바르카의 겉면을 싸는 물질은 화학업체 듀폰사가 개발한 테프론으로 내열, 내한성이 좋고 모든 화학약품에 잘 침식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노바르카는 향후 100년 정도 체르노빌 원전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노바르카의 설치 비용인 약 15억 달러(1조5,500억원)는 미국과 서유럽 등 약 30개국이 마련했다. 체르노빌에서 유출되는 방사능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서유럽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르카를 제작하는 프랑스 건설업체 컨소시엄의 니콜라스 카이유 소장은 “이것은 놀라운 구조물”이라며 “어떤 건축물도 이 돔과 비교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르카가 체르노빌에 성공적으로 설치되면 후쿠시마 원전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아직도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도가와 가쓰타카 전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장은 지난 21일 외신에 “후쿠시마 인근 방사능 수치가 체르노빌보다 약 4배 높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한 ‘피난지시 구역’ 지정을 처음으로 일부 해제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를 기피하고 있다.
노바르카의 완공을 아직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크림반도 사태와 러시아의 동부 국경 위협 등 정치적 불안을 겪으면서 이 프로젝트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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