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세월호 참사 12일 만인 그제 사고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9분45초 분량의 이 동영상을 보면 왜 해경이 그 동안 꺼려왔던 구조동영상을 이제야 공개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해경이 급파한 경비정은 재난구조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듯 우왕좌왕했고 헬기 2대는 침몰해 가는 여객선 주변 상공만 맴돌고 있었다. 해경의 초동 대처 부실이 지금까지 드러난 것 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해경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30분. 합동수사본부가 분석한 승객 카톡에는 단원고 학생이 오전 10시17분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돼있다. 그 사이의 47분은 해경이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귀중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도착한 경비정은 일찌감치 선체 진입을 포기하고 소극적인 구조 활동을 펴는 데 그쳤다. 해경 지침에는 조난사고 때는 배 안에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구조 활동을 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해경은 갑판에 있거나 해상에 떠 있는 승객을 모아 경비정에 태우는 수준에 머물렀다. 출동 당시 밧줄을 이용해 충분히 선내 진입이 가능했음에도 “배가 기울어 진입하기 어려웠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하다못해 조타실에 들어가 선내 방송을 했더라면 많은 승객을 대피시킬 수 있었다. 승객 수백 명이 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떤 수단을 취해서라도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의 당연한 임무였다.
해경의 동영상 공개는 허술한 초기 대응으로 검찰 수사를 받자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변호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팬티 차림의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의 탈출 모습에 관심을 쏠리게 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구조에 나선 대원들의 언론 인터뷰까지 마련해 “열심히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만 쏟아냈다.
세월호 사건 초기부터 해경의 헛발질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목포해경은 침몰을 최초로 신고한 학생에게 경도와 위도를 묻고 확인하느라고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해경 소속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는 세월호가 관제해역에 들어섰지만 진입보고를 받지 않았고, 사고 전 2시간 동안 어떤 교신도 하지 않았다. 해경의 한 간부는 초기 대응 미흡에 대한 비판이 들끓는데도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고 큰소리치다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수사의 주체 중 하나인 해경을 상대로 수사하는데 난색을 표하다 여론이 비등하자 뒤늦게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해경에 대해 국민적 공분을 감안해 엄정하게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해경을 감싸려 들다가는 자신들에게까지 화살이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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