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서 공식적으로 ‘관(官)피아’ 척결을 다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도 여지없이 관피아의 적폐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유관기간에 감독기관 출신의 퇴직 공직자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부와 업계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해운업계의 불법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고, 관피아를 완전히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박 대통령이 관피아로 지칭되는 관료사회의 적폐를 직시했다면 다행이다. 세월호 참사 경위만 봐도 그 해악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해운조합과 한국선급 등 해수부 산하 14개 기관 중 11개에 해수부 출신 전직관료들인 ‘해피아’가 장악했다. 그리고 그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한국선급은 세월호 개조 후 경사도 검사를 4도만 기울여 본 후 합격시켰고, 해운조합은 안전운항 지도ㆍ감독권을 맡아 세월호 부실운항을 방조했다.
관피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퇴직관료를 고리로 한 정부와 업계의 부당한 유착관계는 부처를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다. 금융관료들의 ‘모피아’를 비롯해 산업부의 ‘산피아’, 국토해양부의 ‘국피아’, 조달청의 ‘조피아’ 등 온갖 부처의 관료들이 퇴직 후에 민간 기업과 유관 단체의 요직을 장악해 오히려 정부와 업계 간의 각종 부정과 탈법, ‘봐주기’와 부실을 양산해 왔다.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관피아 적폐에 대한 마지막 경고로 인식돼야 한다.
관피아 척결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나 몇몇 금지조치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수십 년간 관행이 쌓이면서 우리 사회 말단의 이해관계에까지 빈틈없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조급한 일회성 대책을 쏟아내기보다는 고시(考試)제도 개편, 보다 강력한 전관예우 차단책, 관피아를 대체할 민간 채용 시스템 등에 대한 장기적 목표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관철해 나가겠다는 각오와 청사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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