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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경험 전혀 없지만 만화 소재는 기사 통해 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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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경험 전혀 없지만 만화 소재는 기사 통해 얻죠"

입력
2014.04.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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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됐어. 자네들끼리 한잔해.” 차장은 회식이 끝나고 2차를 가자는 직원들의 제안을 뿌리친다. 적당한 시점에 빠져주는 것이 눈치 빠른 상사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집에 가니 아이들이 “숙제나 해야겠다”며 하나 둘 방에 들어간다. 아내는 남편을 타박한다. “집안 분위기 싸하게 눈치 없이 왜 일찍 들어와!” (96화 눈치)

“그걸 일일이 말해줘야 알아?” 직장 상사의 막말을 보다 못한 직원이 라디오 사연을 보낸다. 그런데 하필 그 상사와 같이 차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사연이 흘러나온다. 사원은 혹시 상사에게 들킬까 눈치를 본다. 그런데 차장의 한 마디. “요즘에도 저런 상사가 있나?”(521화 라디오 사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 중인 코믹 옴니버스 웹툰 ‘가우스전자’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다. 다국적 문어발 기업으로 소개되는 가상의 대기업 가우스전자 내 마케팅 3팀의 일상을 다루는 이 웹툰은 2011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3년 간 700회를 넘기며 ‘대한민국 직장인 보고서’란 별칭을 얻었다. 하루 평균 조회 수는 150만 건, 수천 개에 달하는 댓글에는 “오늘 사무실서 당한 건데 너무 공감된다”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이 넘쳐난다.

‘가우스전자’의 곽백수(43) 작가는 2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조직생활 경험은 오로지 군대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직장인들이 많이 공감을 해주는 걸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생활 경험이 없는데도 생생한 소재를 찾을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선 ‘눈치’를 꼽았다. 그는 “듣거나 본 걸 직접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능력이 발달했다”며 “한 마디로 눈치가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에피소드의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사이트나 기사를 통해 얻는다”고 말했다.

‘가우스전자’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주변 동료들에게 잘해주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세상이나 회사는 사람들에게 자꾸 악독해지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한순간 성공을 하더라도 결국엔 평생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1회와 8회를 꼽았다. 그는 “모레(5월1일)가 노동절인데, 현대 사회에서 직장이 어떤 곳인지 어떤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작가는 1998년 단편 ‘투맨코미디-외계인편’으로 데뷔해 2003년 연재를 시작한 ‘트라우마’로 유명 작가 반열에 올랐다. 백수(百洙)란 이름은 흔히 짐작하듯 필명이 아니라 본명이다.

그는 두 달간의 휴식을 마치고 지난달부터 ‘가우스전자 시즌2’ 연재를 시작했다. 곽 작가는 “큰 줄기의 방향성만을 잡았고, 누군가는 퇴직하고 누군가는 회사에 들어오는 등 설정을 좀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중에는 ‘이상식’의 비중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어리바리하지만 착한 이상식은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드러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시즌2에선 이상식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조금 더 부각시킬 생각”이라며 “하지만 그날그날 나오는 대로 그리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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