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구조현장에서 민간 잠수사 참여에 부정적이었던 해양경찰이 내부적으론 수년 전부터 해난구조 시 민간 구조대 활용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해경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민간 구조대와의 공동 구조작업의 필요성 주장은 ‘2012 해양경찰 백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체 선박사고 중 해경이 구조한 것은 69%에 그치고, 민간자율구조대가 구조한 경우가 6.6%나 되는 현실을 감안해 민간자율구조대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관 협력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해경 주요 업무계획에도 빠지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해경 주도로 업계가 모여 ‘한국해양구조협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2009년 6월 해경 관계자가 작성된 ‘해양사고 방지를 위한 효율적 안전관리 방안’라는 논문에서 최초로 눈에 띈다. 논문의 골자는 해경이 전국에 구조대를 배치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한 만큼 민간 구조대를 활성화하자는 것이었다. 논문은 “어민과 레저업자 등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면 예산 절감과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해경이 민간구조대와 공동으로 구조에 나서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적어도 5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추진돼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막상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는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해경의 오래된 구상이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활용은커녕 민간 잠수사들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켰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16일 정오, 배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생존자 구조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많은 민간 잠수사들이 현장에 대기 상태에 있었지만, 정부가 잠수를 막아 이들은 구경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정부는 해경과 해군의 잠수 방식보다 수중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민간 잠수 장비 ‘머구리’의 사고 해역 진입도 21일에야 허락했다.
결국 23일 정부의 소극적 대처에 불만을 품은 민간 잠수사 다수가 현장에서 철수하면서 한때 300명에 달했던 민간 잠수사는 28일 현재 20여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실종자 가족이 기대를 걸었던 ‘다이빙벨’ 투입도 거부하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5일 입장을 바꿔 투입을 허락하기도 했다. 이해하기 힘든 해경의 대처에 인터넷에선 “해경이 예산부족 문제로 민간과 협조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기도 했다.
해경은 모두 오해라는 입장이다. 그간 민간 잠수사의 투입을 막은 것은 민간 잠수사의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지 예산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고명석 해경 장비기술국장은 “배가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데 민간 잠수사를 투입했다가 2차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느냐”면서 “국제적으로도 대형 사고에서는 정부가 상황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경이 5년 전부터 민간 구조대 활용방안을 검토해 왔으면서도 어느 때보다 민간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해경은 사고 초기부터 민간 잠수사 다수가 현장을 떠난 23일까지 민간 잠수사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민간 잠수사의 구조 참여 접수를 받는 진도 파출소 관계자는 “사고 초기 현장은 통제불능이었다”고 전했다. 개별적으로 도착한 민간 잠수사가 저마다 어선을 타고 사고 해역에 들어가면서 해경은 민간 잠수사가 몇 명이나 왔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해경 대응체계는 구조대응반, 민간구조대관리반을 만들어 민간구조대를 관리하도록 했지만, 이마저 가동 중인지 확인해주지 못하고 있다.
고 국장은 “초기에는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지금은 체계가 잡혀 정부에 신고한 사람만 구조에 참여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경의 준비 부족이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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