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 17분 침몰한 세월호 선체 안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이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이미 배가 90도 이상 기울어 탈출이 어려운 상태였지만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우현쪽 객실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승객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전 9시 30분 사고 해역에 도착한 해경은 유리창을 깨거나 잠수를 해서 선체에 진입하는 데에 소극적이어서 안타깝게도 희생을 줄이지 못했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승무원과 승객 400명의 카카오톡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시각의 대화가 마지막이었다고 28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메시지를 받은 사람과 발신자 생존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생존자는 구조된 이후에도 얼마든지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었던 만큼 수사본부가 파악한 ‘마지막 메시지’는 실종된 학생 중 한 명의 것으로 추정된다. 합동수사본부가 확보한 비슷한 시각의 카카오톡 메시지 중에는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 방송은 안 나와요”같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오전 10시 17분 세월호는 90도 이상 기울어 좌현은 완전히 침수됐지만 우현 일부가 물 위에 떠 있는 상태였다. 즉 배 안으로 바닷물이 밀어닥친 상황에서도 아직 침수되지 않은 우현쪽 객실에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만 믿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경은 오전 9시 39분 세월호 좌현에서 기관부 선원들을 보트에 태운 것을 시작으로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선체 진입은 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7분부터 123정이 세월호 좌현에 접안해 선실 유리창을 깨 7명을 구조한 것이 배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이들로 추정된다. 이후에는 침몰하는 세월호 아래로 빨려 들어갈 수 있어 구조대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고 어선들은 바다에 뛰어든 승객들을 건져 올렸다. 구조 장비가 없었던 해경 헬기 두 대는 상공에서 떠 있었을 뿐이었다.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는 “유리창을 부숴 7명을 구했지만 그러고 나서 3분 뒤 여객선은 침몰했다”며 “많은 승객을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생사가 달린 순간 가족 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들을 분석해 침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선원들의 진술을 검증하고 해경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파악할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또한 복원성 검사업체 관계자로부터 “청해진해운 담당 임원이 최대 적재량보다 더 많이 적재할 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선사가 주도적으로 과적을 야기했다는 책임을 가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목포=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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