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인간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행위할 수 있는가?’ 영국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1723~1790)는 1759년 출간된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의 자연적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제3자 입장에서 타인의 희로애락을 추(追)체험해 평가할 수 있는 ‘공감(Sympathy)능력’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을 관찰해 스스로를 일깨우고, 자기 행동의 도덕성을 인식하는 바탕에 공감능력이 자리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의 공감은 남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수동적 입장의, 현재적 의미의 동정(Sympathy)보다는 감정이입을 뜻하는 공감(Empathy)에 더 가까워 보인다.
▦ 공감능력의 과학적 실체가 밝혀진 건 최근의 일이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신경과학 연구팀은 원숭이의 특정 행동과 뇌의 신경세포의 활성화 관계를 연구하던 중 놀라운 발견을 했다. 원숭이가 뭔가를 손으로 쥘 때 활성화하는 뇌의 특정 부위가 아무 것도 쥐지 않고, 단지 사람의 쥐는 행동만을 보고 있었는데도 갑자기 활성화한 것이다. 이 세포는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s)’로 명명됐다.
▦ 인간은 한층 고도화된 거울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을 관찰하면, 이 거울신경세포가 관찰된 얼굴표정을 모사해 감정중추인 변연계에 전달,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할 수 있게 해 준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거나, 처한 상황을 통해 그 마음을 짐작하고, 그 사람의 말에 공감하는 건 모두 이 세포 때문에 가능하다. 공감은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으로 다시 구분되는 데, 전자가 타인의 마음상태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타인의 감정상태를 느끼는 것이다.
▦ 세월호 참사는 공감능력을 상실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선실에 갇혀 있던 아이들의 고통과 불행에 눈 감은 선장과 일부 선원들의 행동은 큰 비극을 낳았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자기 일처럼 이 비극에 공감하고 있다. 희망은 여기에 있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더 주문한다. “공감은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박진용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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