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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는 청동북 어떤 소리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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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는 청동북 어떤 소리 났을까

입력
2014.04.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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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강 유역 동선문화의 청동북. 두드리는 면에는 한복판의 태양문을 중심으로 날아가는 새, 바둑판 무늬, 빗금 무늬 등이 동심원 띠를 따라 새겨져 있다. 지름 73㎝.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붉은 강 유역 동선문화의 청동북. 두드리는 면에는 한복판의 태양문을 중심으로 날아가는 새, 바둑판 무늬, 빗금 무늬 등이 동심원 띠를 따라 새겨져 있다. 지름 73㎝.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국인이 아는 베트남은 베트남전과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 정도가 고작이어서 베트남 고대사는 아득하게 낯설다. 멀기만 한 고대 베트남에서 동남아 최고의 청동 제련술로 꽃을 피운 청동기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이 2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다. ‘베트남 고대 문명전-붉은 강(紅河)의 새벽’이라는 이름으로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청동북 14점과 각종 토기, 장신구, 일상용구 등 380여 점을 6월 29일까지 선보인다.

제목의 ‘붉은 강’은 베트남어로 ‘송코이’(‘송=강, 코이=붉다’는 뜻), 중국 윈난성에서 발원해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관통해 통킹만으로 흘러드는 1,200㎞ 길이의 강이다. 이 강의 삼각주 평야지대가 베트남 고대 문명의 요람이자 역사의 출발지다.

이번 전시는 베트남 청동기 문화의 절정인 홍강 유역의 동선문화(기원전 500~0년)를 중심으로 베트남 청동기 문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유적이 발굴된 마을 이름을 따서 동선문화라 부른다.

동선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은 단연 청동북이다. 고대 동남아 최고의 청동 제련술로 제작된 청동북 14점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청동북은 베트남 역사와 문화, 민족 자긍심의 상징이다.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 전역과 남중국까지 널리 분포하는데 동선문화가 그 뿌리다. 한국의 청동기 문화에는 청동북이 없다.

동선 청동북은 큰 것은 높이가 1m를 넘는데 이번 전시에는 50~70㎝ 전후의 것들이 나왔다. 구리 합금인 청동 재질의 특성상 대형 청동기를 만들려면 강도를 높이는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청동북에는 정교하고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빼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두드리는 면은 빛 줄기를 뿜는 태양 무늬가 한복판에 있고 그 둘레로 동심원 띠를 따라 날아가는 새, 바둑판 무늬, 빗금 무늬 등이 빼곡하다. 몸통에도 사람, 집, 배, 동물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보는 재미가 있다.

고도로 발달한 청동 제련술을 이용해 낫, 호미, 쟁기 등 농기구를 비롯해 거의 모든 일상용품을 청동으로 제작한 것도 동선문화의 특징이다. 한국의 청동기 유물은 농기구 같은 일상용품이 없고 의례나 신분 과시용으로 만든 거울과 칼이 대부분인 것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사람 모양 손잡이가 달린 단검과 발 모양의 도끼 등도 동선문화에서 유행한 특징적인 유물이다. 이 단검은 손잡이와 칼날을 따로 만들어 붙인 한국의 청동기 검과 달리 일체형이다. 손잡이의 남녀 인물상은 베트남 고대인의 복식과 장신구를 보여준다. 남자는 웃통은 벗고 하의로 샅바를 걸친 채 머리는 틀어 올리고 팔찌와 큼직한 귀걸이를 했다. 여자는 딱 붙는 상의와 발꿈치까지 내려오는 치마 차림에 3, 4개의 구슬 목걸이를 걸치고 눈썹에 문신과 같은 짙은 선이 새겨져 있다. 발 모양 청동 도끼도 한국 청동기에는 없는 것으로 도끼날 겉면에는 깃털 장식으로 치장한 사람, 사슴이나 악어로 보이는 동물 무늬, 유선형이나 타원형의 패턴 등이 가득 박혀 있다.

베트남의 청동기 문화는 중심 지역에 따라 크게 3개 문화권으로 나뉜다. 홍강 유역인 북부의 동선문화, 중부 지방의 사후인 문화, 남부의 동나이 문화가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2부 ‘홍강과 동선문화’가 중심이고 ‘동선 이전의 베트남’과 ‘중남부의 청동기 문화’를 1부와 3부로 배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과 공동학술조사 협약을 맺고 2009~2013년 베트남 선사 유적을 공동 발굴했다. 그 성과를 정리하는 첫 행사가 이번 전시다. 우리가 몰랐던 고대 베트남의 뛰어난 문화를 실감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대 베트남의 청동 장인들이 지녔던 독창적인 창의력과 미감을 시각적으로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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