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로 중단된 선거운동을 28일 당내 선거일정에 맞춰 속속 재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시끄러운 캠페인은 자제하고 최대한 조용한 운동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은 29일 대구 충남과 30일 부산 대전 강원 지역의 광역단체장 경선 일정을 감안해 이날부터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29일 부산을 시작으로 30일 경남, 5월11일 경기 등 잇단 광역단체장 경선 일정을 확정하고 지역별로 득표전을 재가동했다.
하지만 여야 예비후보들은 차량유세나 출ㆍ퇴근 인사 등 눈에 띄는 선거운동은 자제하고 당원과 대의원을 일대일로 만나는 등 최대한 조용한 캠페인에 몰두했다. 여야 모두 중앙당에서 당 상징색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말 것을 각 시도당에 지침을 내린 상태라서 애도성 문자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득표전략도 ‘조용한 선거’에 초점을 맞췄다.
여야의 빅매치 지역으로 꼽히는 수도권은 아예 열기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12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경우 모든 예비후보들이 아예 공개 일정도 잡지 않은 채 29일 2차 TV토론에 몰두했다. 11일 경선을 앞둔 새정치연합 경기지사 예비후보들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이번 참사의 최대 희생자가 된 점을 감안해 언행 하나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선거운동 기간이 대폭 줄어들어 인지도를 올릴 기회를 놓친 후발주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여야 모두 조용한 선거 기조 속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으로 가닥이 잡혀가면서 기존 여론조사에서 승기를 잡지 못한 2, 3위 후보들이나 대중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의 경우 기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정몽준 의원은 느긋한 반면 이번 참사 직전까지 격차를 좁히지 못한 김황식 전 총리 캠프는 다급하게 됐다. 경기지사 경선에 나선 정병국 의원도 참사 직전인 16일 오전까지 남경필 의원에게 ‘즉석 TV토론’을 제안하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경선기간이 짧아지면서 여론조사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TV토론 방식 줄다리기’는 더 이상 어렵게 됐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경기지사에 도전장을 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 원혜영 의원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김진표 의원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TV토론 등 인지도를 올릴 변수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막판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예비후보들이 막판 충격 효과를 노리고 무분별한 폭로에 매달릴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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