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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내용 뻔한데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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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내용 뻔한데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입력
2014.04.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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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진 않다.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진부한 편이다. 누명을 쓰고 경찰의 추격을 받는 도망자가 있다. 도망자에 엮여 함께 쫓기는 인물과 돈에 눈이 먼 악랄한 경찰간부도 이야기의 한 축을 각각 형성한다. 진실을 좇는 선한 형사도 등장한다. 여러 상업영화에서 흔히 보았던 인물들이다. 이야기가 새롭지 않고 인물들도 전형적인데 영화 ‘표적’은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내달리며 관객에게 장르영화의 묘미를 전한다.

도망자 여훈(류승룡)과 태준(이진욱), 여훈을 추격하는 열혈 형사 영주(김성령), 의문부호로 휩싸인 형사 기철(송준상)이 중심인물이다. 여훈은 까닭 없이 의문의 사나이들에 쫓기다 부상하고 혼수상태에 빠진 채 병원에 실려간다. 영주는 여훈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하고 특별 감시한다. 여훈의 동생 성훈(진구)은 형을 도피시키기 위해 담당의사 태준의 아내(조여정)를 납치한다. 태준은 임신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여훈을 빼돌린 뒤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된다. 평화로운 일상을 구가하던 평범한 인물들은 그렇게 한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음모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기철 일행이 여훈과 태준을 집요하게 쫓고 목숨을 위협하며 영화의 호흡은 가빠진다.

영화는 36시간 벌어지는 사건을 선 굵게 펼쳐낸다.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무술에 능한 여훈이 갖은 난관을 헤치면서 도주하고 복수를 행할 때 액션영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철이 본색을 드러내는 과정에선 서스펜스를 직조해낸다. 여훈과 태준이 조금씩 마음을 터가며 사건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에선 버디영화(남자의 우정을 다룬 영화)의 모습을 비친다. 짜깁기식으로 몇몇 장르를 섞어놓았으나 98분의 상영시간 내내 이 영화를 지배하는 주된 정서는 액션이다. 영화는 후진 기어를 잃은 자동차처럼 배우들의 성실한 몸동작을 에너지 삼아 절정과 결론을 향해 줄곧 직진한다. 이야기는 성긴데 노련한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액션이 틈을 메운다.

영화의 절정은 여훈이 기철과의 한판승부를 위해 광역수사대 건물로 향하는 장면이다. 차를 밀어붙여 건물 안에 들어간 여훈은 기철 일당과 사투를 벌인다. 차가 멈춘 뒤에도 공회전하는 바퀴처럼 화면엔 박진감이 넘친다. 빠르게 직진하던 영화는 이 장면에서 있는 힘껏 액셀을 밟으며 전속력으로 관객에게 돌진한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매력적인 대목이다.

2011년 국내 개봉해 5만2,094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본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가 원작이다. 내달 개막하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주로 우수한 장르영화를 영화제 기간 심야에 상영하는 일종의 특별 상영 부문이다. 국내 영화는 2005년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과 2008년 ‘추격자’(감독 나홍진)이 초청됐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로 데뷔한 창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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