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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답 안 나와...고품질로 뚫어라"

입력
2014.04.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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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중국 시장을 뚫어라

“아따, 가격으로는 답이 안 나오겄어. 때깔도 괜찮은디, 맛은 어떨란가.”

우리나라에선 200g도 안 쳐줄 돈(1,160원)으로 500g 한 봉지를 사 든다. “우리 것이 더 맛있긴 한데, 수출이 쉽진 않겠어.” 대중국수출개척단이란 거창한 이름을 달고 21일 베이징(北京)의 왕징(望京)재래시장에 도착한 농민들의 낯빛이 어둡다.

이들이 온갖 과일과 채소로 그득한 시장에서 유독 집요하게 묻고 따지는 열매는 파프리카였다. 단원 14명 중 10명이 파프리카 수출을 업으로 하는 각 지역농협에서 왔으니 당연지사. 장보러 온 주부마냥 좌판마다 꼬치꼬치 파프리카 가격을 캐묻던 초로의 신사와 장정들은 기어이 현지 파프리카를 나눠먹고 즉석 품평회를 열었다. 잠정 결론은 “답 없다.”

그렇다고 좌절은 이르다. 단원들은 이틀에 걸쳐 대중적인 마트와 고위층이 애용하는 백화점 식품매장, 중국의 가락시장이라 불리는 신파디(新發地) 도매시장 등 파프리카가 있는 곳이라면 베이징 어디든 달려갔다. “개척이 쉬운 게 아닝게.”

‘도매시장 500g 830원, 마트 435g 4,114원, 고급매장 유기농 2개 6,972원.’ 가격과 품질 목록이 얼추 만들어지자 좁지만 길이 보였다. “서울 서대문 하나로마트 파프리카 가격이 500g에 3,000원, 2개 포장이 2,660원이니까 고급매장은 승산이 있겠어.”

자신감이 붙자 중국 식품매장에 보기 좋게 진열된, 현지상품보다 2배나 값을 더 받는 우리나라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지난해 대중국 수출이 전년보다 각 139.1%, 33.8%나 급등한 우유, 유자차는 단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가공식품들이 수출 길을 탄탄히 닦는다면 파프리카 등 우리나라 신선식품도 언젠가는 저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기대가 자랐다. 농협중앙회의 파프리카 중국 수출 핵심전략인 호텔 및 고급시장, 고소득층 및 부유층 공략이 뻔한 얘기만은 아니라는 확신도 생겼다.

단원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본 학교 급식에 파프리카를 무상으로 공급한 덕에 수출을 늘린 네덜란드처럼 해보자.” “당장은 검역 문제가 있으니 현지 생산이 가능한지 따져보자.” 농협중앙회 역시 비슷한 전략들을 마련 중이다.

파프리카 수출농협들은 해외시장에서 이미 황무지를 옥토로 일군 저력이 있다. 국내 파프리카 생산 원년인 1995년 50만달러에 불과했던 일본 수출액은 2012년 8,9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일본시장 점유율은 65%선을 유지하고 있다. 선발주자로 무료 급식 이벤트까지 벌였던 네덜란드(점유율 15~20%대)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이수원 농협중앙회 과장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안정적인 물량 공급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100% 이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것들이다.

단원들은 중국 채소의 고향 서우광(壽光)과 지난(濟南), aT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칭다오(靑島) 등 빡빡한 3박4일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차츰 수출개척의 답을 얻어갔다. “안전한 고품질 상품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자” “운송 등 현실적인 문제는 수출농협끼리 머리를 맞대자.” 돌아온 뒤 할 일이 많다.

베이징ㆍ서우광ㆍ칭다오=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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