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 529명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던 이집트 법원이 이번엔 683명에게 집단 사형 판결을 내리며 근대 이후 이집트 사법 역사상 최대 사형 선고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법원은 이번에 무르시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바디에 의장에게도 사형을 선고했다.
이집트 남부 민야지방법원은 28일 경찰관 살해와 폭력 등의 혐의로 기소된 68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법원은 또 지난달 사형이 선고된 529명에 대한 재심을 벌여 이 중 492명의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바꾸었다.
이날 사형 선고를 받은 683명 중 50명 가량만 구금돼 있고, 나머지는 법정에 나오지 않은 궐석상태로 선고를 받았다. 민야지방법원은 27일에도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경찰서를 공격한 혐의 등으로 무르시 지지자 11명에게 57~88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 피고인은 지난해 8월 군인과 경찰이 카이로 라바광장에서 무르시 지지파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이 숨지자 이에 만약 사말루트 지역의 경찰서를 겨냥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이날 법원 밖에서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가족들은 "정의는 어디 있는가"라며 울부짖었다. 피고 측 변호인단은 "이런 집단사형 선고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거"이라며 "유엔도 세계인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레도 엘코미 변호사는 지난 529명의 사형 선고를 받은 이들 중 60%는 그들이 경찰서를 공격했다고 한 그날 현장에 없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 안팎에서는 잇단 집단 사형판결에 대해 "지나친 처벌"이라고 비판하며, 이는 5월 26일, 27일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군부가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전 경고를 내리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무르시의 뒤를 이을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이 선거에서는 군부 최고 실세이자 무르시 축출에 앞장선 압델 파타엘시시 전 국방장관의 당선이 유력하다.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지난해 11월 '3일 전 신고 의무화' '10명 이상 모일 경우 경찰의 사전 허가 후 집회' 등의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집시법을 발표해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지난해 7월 무르시 축출 이후 그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간부와 회원 등이 무르시 복권 촉구 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이자 집시법을 개정해 시위와 집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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