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폴크스바겐은 브라질 공장에서 생산하던 미니버스 콤비(Kombi)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 차는 엔진과 편의장비, 실내 꾸밈새만 달라졌을 뿐, 1967년에 처음 등장한 폴크스바겐 타입 2 2세대 모델과 거의 같은 차다. 고향인 독일에서는 1979년에 생산이 끝났지만 멕시코와 브라질 등 저개발 국가에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되는 환경과 안전규제에 더 이상 대응할 수 없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46년 동안 장수한 콤비처럼,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생산된 차는 자동차 역사에서 흔치 않다. 1938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65년 동안 생산된 폴크스바겐의 대표 차종 비틀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콤비의 나이를 뛰어넘어 비틀이 세운 기록을 넘보고 있는 차들도 있다. 인도 힌두스탄이 만들고 있는 앰배서더(Ambassador)는 그 뿌리가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차는 과거 영국 대표 자동차 회사 중 하나였던 모리스가 만든 옥스퍼드의 생산 설비를 고스란히 인도로 옮겨 만든 것이다.
앰배서더는 1970년대까지 인도에서 몇 되지 않는 국산차 중 하나로 인도 거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수요가 적고 경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한 영향도 컸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인도에 진출하며 판매가 크게 줄었고, 값싸고 질 좋은 소형차가 시장을 빠르게 차지하며 한때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전적인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어 소량이지만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안전과 환경관련 규제가 느슨한 저개발 국가에 장수차가 흔한 것은 한편으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지금 생산되고 있는 차 중 가장 역사가 긴 것은 자동차 선진국인 영국에서 나오고 있다. 스포츠카 전문 업체인 모건(Morgan)이 만드는 4/4가 그 주인공이다. 1936년에 첫 선을 보인 2인승 스포츠카인 4/4는 1955년 이후 지금까지 겉모습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나무로 만든 틀 위에 사람이 알루미늄 합금 판을 망치로 두드려 만든 차체를 입히는 옛날 제작방식도 고수하고 있다.
클래식카 분위기를 낸 것이 아니라 진짜 클래식카에 가까운 차가 아직도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소량 생산 차에 비교적 너그러운 영국 법규 덕분이다. 양산차 업체가 모두 외국 자본에 넘어간 가운데, 모건과 같은 작은 회사들이 장인정신을 내세워 영국 차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이유다.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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