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피하세요.” 성인병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얘기하는 가장 흔한 권고사항이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고, 말이 쉽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과 우리 사회 전체가 침통함과 무력감에 젖어 집단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는 많은 성인질환과 연관이 있는데,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천식, 소화기질환, 비만, 우울증, 수면장애, 피부질환, 각종 암 등에서 중요한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보통은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으로 나쁘게 생각하지만 원래는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 수단으로, 나쁜 환경에 처했을 때나 외부자극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심리ㆍ 신체적 긴장 상태이다. 자극으로 잠시 동안만 긴장되고 바로 원상태로 복구되는 경우는, 면역력을 높이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며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 우리 삶과 생활에 활력을 부여하는 좋은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1936년 캐나다의 한스 셀리가 인체에 영향을 주는 외적, 내적 자극을 스트레스라고 처음 정의하였는데 이는 긴장을 의미하는 라틴어 ‘stringer’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스트레스는 육체적 스트레스와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내면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나뉜다. 육체적 스트레스는 외부환경으로부터 생기는 것으로 과로, 손상, 영양부족, 흡연, 약물이나 독성 물질에 노출되는 것이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내부 감정의 변화에 인한 불안, 초조, 슬픔, 걱정, 시기, 질투, 증오, 분노 등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반응은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연결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주작용 물질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호르몬인 코티솔,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이다. 스트레스호르몬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높아지며, 호흡이 빨라지고, 체온 상승과 함께 땀이 많이 나며, 정신적으로는 불안하고 초조해지게 된다. 또한 두통이나 근육통이 생기고 각종 욕구가 억제되고 근육들이 경직된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은 감소하고, 지방이 증가하며 뼈가 약해지고, 신경계, 면역계 및 내분비계에 나쁜 영향을 줘 각종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스테로이드호르몬으로 당과 단백질의 대사, 면역기능 유지, 혈압을 조절하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신체 생리 상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중 코티솔의 분비는 스트레스, 질병, 수면, 식사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밤에 잠을 자기 시작할 때 떨어졌다가 새벽에 증가하는데, 이는 스트레스가 많은 새로운 하루의 시작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성호르몬의 차이 때문에 남녀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코티솔과 반대작용을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억제되지만 여성호르몬에 의해선 강화돼 남성보다 여성이 스트레스에 더 잘 견디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비뇨생식기계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중 카테콜아민과 도파민이 증가하고 생식기관의 혈류량이 감소해 난소와 고환에서 성호르몬 분비가 억제되고 정자 생성이 감소돼 생리불순과 함께 성기능장애와 불임이 발생한다. 특히 여성은 성기능에 있어 단순한 육체적인 자극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 정신적 스트레스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가벼운 스트레스는 유산소운동과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 심리조절로 치유될 수 있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과 올바른 식습관, 그리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생활환경의 변화가 도움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알코올은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을 증가시켜 오히려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선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더 열심히 사는 것이다.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