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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돌아와 울고 있어요

입력
2014.04.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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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요 / 그리운 사람들은 / 비로 돌아와 울고 있어요 / 섧게 울다가 추적추적 흐느끼다가 / 뇌성의 통곡으로 세상을 허물고 싶은지 / 그립게도 비로 돌아와 울고 있어요 / 나의 사랑하는 그들에게 / 하루종일 내리는 비에 / 나도 내 눈물을 동봉해서 띄우고 싶어요 / 그들은 알까요 / 아직도 내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 언제나 보고 싶은 그리움이라는 걸’(고은영 ‘비오는 날’)

빗소리에 귀 기울인다. 국화를 든 조문객의 추모 행렬이 이어진 안산올림픽기념관 임시분향소, 파도가 거세 풍랑 예비특보가 내려져 수색에 어려움을 겪는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눈물도 말라버린 실종자 가족들이 망연자실 돌부처가 된 팽목항에도 속절없이 비가 내린다.

한껏 피어보지 못한 채 차가운 물 속에 잠겨버린 아이들을 향한 비통함과 그리움, 눈앞에서 사고를 막지 못한 어이없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책과 통한, 분노가 속절없이 내리는 비로 돌아와 울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2일째, 300명이 넘는 실종자 중 지금껏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무능한 정부 대응에 국민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총체적으로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과 뒤틀어진 사회 구조, 구멍이 숭숭 뚫린 듯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할 게 없는 어처구니없는 오늘의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때마침 악화한 기상 탓에 조류가 거세져 실종자 구조ㆍ수색 작업은 어려워지고 있다. 그 거친 물살을 이용해 충무공은 세계 해전사에 빛날 명량해전 대첩의 성과를 올렸지만 맹골수로의 물살을 보는 지금 우리들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 자연의 힘을 우습게 보며 초보 3등 항해사에 배의 운명을 맡긴 것이 천추의 한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탓하기만 할 만큼 우리 사회가 온전한 자격을 갖고 있을까.

관행과 탐욕 앞에서 안전은 내동댕이쳐졌고, 감독자들은 뻔히 그 사실을 알면서도 증축과 과적을 눈감아줬다. 어느 곳 하나 기본 원칙을 소중히 하며 그 가치를 지키려 하지 않고 굴러간 이 곳은 바로 ‘위험 사회’다. 승객의 안전은 물론 누가 타고 얼마나 무엇을 실었는지조차 모른 채 선장과 선원들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 손을 내민 어린 학생들을 팽개치고 탈출하기 급급했고, 이 같은 참사에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선박회사 소유주는 사과 한마디 없다. 해경은 초기 구조시간을 우왕좌왕하며 허비했고, 신속하게 모든 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할 정부는 허둥대며 뒷북 대응에 전전긍긍했다. 그 바람에 단장(斷腸)의 아픔에 몸부림치는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는 수없이 많은 대못이 박혔다. 인터넷에는 온갖 추악한 악성 괴담들이 떠돌고, 신뢰를 잃은 정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 쏟아내며 아직까지도 책임 회피와 눈치보기에 급급할 뿐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16일에도, 비가 내리는 지금도 사고 해역에는 충무공의 지혜가 돋보였던 그 때 그 조류가 흐르고 있다. 그 자연 앞에 무책임과 무사안일, 탐욕과 이기주의, 부실과 부패로 찌든 어른들의 모습만 난무하고 있다. 맹골수로의 깊은 바닷속으로 채 피지 못한 어린 생명들을 끌고 들어간 세월호는 그렇게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그나마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친구와 제자를 구한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다 숨진 일부 선원들의 숭고한 희생을 보며 작은 희망을 찾는다.

이 참담한 비극은 평범한 일상에 매몰돼 살아온 우리네 삶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재잘거리며 길을 가는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건강하게 내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나라, 안심하고 밝게 웃을 수 있는 기본이 선 사회가 너무 절실하다. 어이없는 대형 참사로 우리 사회를 등지는 이들이 속출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지도자도 국민도 함께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소망과 슬픔도 눈물이 되고, 분노도 눈물이 돼 애만 끓이다 이젠 비로 돌아와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잘 가거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장학만 여론독자부장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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