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주 의미 있는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다.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가 개최하는 ‘청년주거 해법을 제안합니다’라는 프로젝트 제안서 심사장이었다. 그동안 서울시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방안을 모색해 왔던 일자리지원 기관이 주거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이 신선하였고, 청년들이 자신들의 주거문제 해법을 직접 찾아 나섰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 청년주거 제안사업에는 총 22개 팀이 참여했는데, 모두 주거비를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미친 주택전세금이나 높은 월세금 부담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감이 배어있었으며, 더 나아가 주택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창의적인 사업구상이 제시되었다. 여러 명이 주택을 공유하거나 공용함으로써 주거비를 낮추는 셔어하우스형, 비교적 주거비가 저렴한 농촌에 주택을 확보함으로써 주거비를 낮추려는 귀촌ㆍ생태주거형, 주택을 숙박시설로 활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비싼 주거비를 보충하려는 게스트하우스형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택정책에서 청년층은 거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공공부문의 주택정책은 주로 식구 수가 많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탈북자, 소년소녀가장 등 특수상황에 처해 있는 가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대표적인 주거복지수단인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급여도 주로 이들 가구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신혼부부나 청년층은 냉혹한 민간임대주택 시장에서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서울의 1인 청년가구의 자가거주가구 비율은 1.0%에 불과하였으나, 20대 가구주의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전국 3.1%, 서울 1.2%에 머물렀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제도를 도입하면서 신혼부부는 처음으로 주택정책의 수혜대상이 되었지만, 청년층은 여전히 수혜대상에서 빠져있었다. 20ㆍ30대 청년층들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쪽방이나 원룸. 고시원 등 사실상 주택이라 부를 수 없는 거처에 살면서도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 왔다. 지난해에 발표된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1분위의 20대 임차가구의 소득대비 보증금을 포함한 주거비 비율(RIR)은 무려 55.8%에 이르고, 가계지출 대비 주거비 비율(Schwabe지수)은 37.8%에 달했다.
청년층의 주거문제는 단순히 높은 주거비 부담이나 열악한 주거의 질 차원이 아니다. 심각한 주거문제는 청년들이 결혼ㆍ출산 등과 같이 생애주기에서 중요한 일까지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19에 불과한 데는 청년층의 주거문제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청년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찍부터 청년층의 주거문제를 정책의제로 만드는 데 기여해온 민달팽이유니온은 최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구성하였다. 성미산 마을에서 공유주택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운영하고 있는 소행주는 최근 청년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주택협동조합을 창립하였다. 전국에서 다양한 공유형 주택이 건립되고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경우는 주택유형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어 재정적인 지원의 근거조차 찾기 어렵다.
한때 대학생들과 청년들이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신조어로 청년층의 빈곤과 실업, 기성세대의 독선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 적이 있다. 지금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국가가 이 땅에서 젊은이들의 생명권마저 지켜주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주거권은 청년층에게 또 다른 자존심이자 생명 그 자체이다.
청년층 주거문제 해결은 인구의 재생산을 통해 이제 국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새로운 유형의 공유주택에 대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재생산을 통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변창흠 한국도시연구소장·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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