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기관 관리 방치한 해수부
화물 적재한도도 모르는 해경
과적검사 제대로 안한 해운조합
세월호 침몰사고를 통해 드러난 국내 연안여객선 운항관리점검 체계는 충격적이다. 법적으로 책임기관은 있으나 실제로 점검하는 이가 없다. 해양수산부는 면허를 발급하면서 복원성 등 기초적인 선박 점검은 민간 검사기관에 위임한 뒤 관리를 방치했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화물적재한도 등이 결정되지만 점검 책임을 진 해경은 적재한도가 얼마인지 몰랐다. 점검을 위임받은 해운조합은 과적 검사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 큰 사고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기적에 가까울 정도다.
27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2012년 9월 일본에서 18년간 운항했던 세월호를 사들여 객실을 증축, 지난해 3월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했다. 해수부로부터 선박 점검을 위임받은 한국선급(KR)은 복원성 시험 등을 통해 최대 적재 화물량을 당초 2,500톤에서 1,070톤으로 낮췄다.
그러나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해 준 해수부 인천지방해양항만청, 여객선 운항관리규정을 심의·승인하는 인천해양경찰서는 최대 적재 화물량이 낮아진 사실을 파악조차 못했다. KR의 검사보고서에 쓰여진 적재중량톤수(화물 평형수 연료 승선원 등 실을 수 있는 총 중량 한도) 3,936톤만 확인했다. KR 인천지부장 이모씨도 운항관리규정 심의위에 참석했지만 최대 적재 화물량은 거론조차 안됐다. 해수부는 사고 뒤 KR의 객실 증축 후 선박안전검사 합격 통보에 대해 “적법한 구조변경 절차를 밟았다”고만 했다.
선박이 입?출항할 때 승선 인원과 화물 과적 여부, 기관설비나 구명설비 등이 안전한지 여부를 점검하는 책임은 해경에 있고 해운조합이 위임받아 실시한다. 이들 기관에 최대 적재 화물량 변경사실이 통보되지도 않았고 실제 점검도 없었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차량 180대와 화물 1,157톤 등 중량톤 기준 2,000톤(용적톤 기준은 3,205톤)의 화물이 실려있었지만 해운조합은 출항 2시간 30분 전 세월호 객실과 화물실을 살펴보고도 ‘이상 없다’고 했다. 관행대로 이준석(69·구속) 세월호 선장이 작성해 제출한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를 곧이 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선원 수 24명(실제로는 29명), 차량 150대, 화물 657톤으로 기록되는 등 사실과 달랐다. 화물 고박(고정), 구명설비 상태도 모두 양호하다고 적혀있지만 세월호 갑판에 실려있던 컨테이너는 밧줄로만 묶여있었고, 46개의 구명벌(구명뗏목)은 단 1개만 정상 작동됐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수많은 여객선을 하나하나 제대로 점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사실상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털어놓았다.
해경도 무책임하고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2월 KR 연례 검사와 해경·항만청·해운조합·KR·선박안전기술공단의 합동 특별점검에서는 세월호 조타기 구명설비 등에 대해 모두 정상 판정이 떨어졌다. 심지어 해경 관계자는 “특별점검에서 설비 이상을 발견하더라도 선사가 ‘시정했다’고 통보하면 그걸로 끝”이라며 “입·출항 통제가 가능한 국제항행 선박과 달리 연안여객선은 검사만 통과하면 출항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도 말했다.
해수부는 선장에 대한 적성심사 기록관리도 나몰라라 했다. 선장 적성심사는 체력과 심리상태, 직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선장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1983년 이준석씨가 선장이 됐을 때 적성심사 자료는 물론 이후 적성심사 자료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항공기 조종사는 연간 1~2회씩 조종기술과 비상절차 수행 능력 등을 검증받는다.
우리 국민은 어느 누구도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는 여객선을 타고 다녔고 지금도 타고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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