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 정부가 10년 기한으로 미군 병력의 필리핀 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미군이 1992년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 병력 수만 명을 완전 철수한지 22년 만에 필리핀 주둔을 재개하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 교두보 구축을 의미한다.
AP 통신은 양측이 28일 필리핀 마닐라 북부 케손시티의 아기날도 기지에서 이런 내용의 방위협력증진협정(EDCA)안에 공식 서명한다고 전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은 필리핀 내 군사기지에 순환배치 형태로 병력과 전투기, 함정들을 배치할 수 있게 돼 아시아 지역에 전면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협정으로 향후 필리핀에 확대 배치될 미군 병력 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양국의 합동군사작전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를 순방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EDCA협정 서명 후 필리핀을 방문해 양국간 전통적인 군사공조를 과시하고 방위공약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미군의 순환배치가 확대되면 그 동안 남중국해 일부 분쟁도서에서 공세적 행보를 거듭해온 중국을 일정부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중국 부상에 대응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면서 필리핀과의 군사적 관계 긴밀도 향상에 주력해왔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직전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모든 해양 분쟁 당사국들이 국제중재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비롯한 보편타당한 국제법 등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리핀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군은 식민지배 시절을 비롯해 94년간 필리핀에 주둔했으나 반미 감정과 기지 임대조건 이견으로 기지 사용이 허용되지 않자 1992년 완전 철수했다. 그러나 2002년부터 대테러훈련 명목으로 미군 수백명이 남부 민다나오 일대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필리핀 좌파 정당 아크바얀 소속 당원 수십 명은 27일 수도 마닐라에서 방위협력증진협정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 반대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시위대는 미 성조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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