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 편의점에 가면, 해당 편의점 브랜드를 붙인 상품들이 꽤 많다. 과자부터 생수, 휴지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른바 자체 브랜드(PB)상품들이다.
PB제품들이 처음 나올 때만해도, 브랜드에 민감한 대부분 소비자들은 미심쩍어했다. ‘아류’, ‘싸구려’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PB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빠르게 늘어났고, 이젠 품목에 따라 유명 브랜드(NB) 제품을 앞지르고 있다.
4월1일~25일까지 편의점 CU에서 판매된 스낵류 가운데 1위는 PB상품인 ‘콘소메맛팝콘’(60gㆍ1,000원)이었다. 브랜드 제품인 키즈웰의 ‘카라멜맛팝콘버켓’(227g·5,000원ㆍ87위)은 말할 것도 없고, 스낵류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농심 새우깡보다도 2배 이상 많이 팔리고 있다.
PB 아이스크림인 ‘1000콘 바닐라’(1,000원)도 수십 년 전통의 해태제과 ‘브라보콘 바닐라’(1,500원)보다 8%가량 많이 팔렸다. 역시 PB제품인 ‘CU저지방 우유’(1,000원)는 남양유업의 ‘저지방우유’(1,250원)보다 6배나 더 팔렸다.
CU 박재구 대표는 “콘소메맛팝콘, 우유, 델라페(아이스드링크) 시리즈 등은 유명 브랜드 넘버원 상품의 판매 실적을 웃돌고 있다”며 “올해는 마진이 일반상품보다 3~4% 높은 PB상품 매출 비중을 지난 해 13%에서 18%까지 올리겠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PB상품인 ‘체다치즈맛팝콘’(60g·1,000원)도 NB제품인 커널스의 ‘케틀콘클래식’(57g·1,000원)보다 무려 13배 이상 잘 팔린다. 체다치즈맛팝콘은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7%나 매출이 늘며 부동의 1위인 새우깡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전체 스낵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체다치즈맛팝콘은 3.1%에서 3.6%로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올해 가격을 올린 새우깡은 4.1%에서 3.8%로 계속 하락하고 있어 상반기 내 순위가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외에 PB생수인 ‘깊은산속옹달샘물’(500㎖·500원)은 전체 생수 가운데 2위를 차지하면서 1위인‘제주 삼다수’(500㎖·850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PB ‘여행용 티슈’ (70매·650원)도 3위를 차지하면서 2위인 대한펄프의 ‘여행용 티슈’(70매·800원)를 뒤따르고 있다.
결과 세븐일레븐의 스낵류 가운데 PB제품 비중은 2011년 12.8%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 19.6%로 뛰었고, 생수와 휴지 제품 가운데 PB제품 비중은 각각 27.7%, 41%에 달한다.
PB제품의 인기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사라지면서 ‘대등한 품질+ 낮은 가격’의 장점이 점점 더 부각되기 때문. 유통업체(편의점)가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직접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그만큼 유통마진이 줄어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제조업체가 유통회사를 좌지우지하던 시장에서, 이젠 유통이 제조를 압도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대표적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래 해당제품을 만들어 판매해온 NB업체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편의점들이 기존 제품을 모방한 ‘미투제품’을 양산해 사실상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과자업체 관계자는 “편의점 PB제품 중에 스스로 개발한 제품이 있느냐”면서 “수십 년 동안 노력해서 만든 제조업체들의 유명제품을 편의점들이 유통파워를 바탕으로 그대로 베껴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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