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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생들, 텅빈 2학년 후배 교실 앞 서성… 아픔 달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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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생들, 텅빈 2학년 후배 교실 앞 서성… 아픔 달래는 과정"

입력
2014.04.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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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단원고 등교 기자회견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운선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이 학생들이 언론에 전하는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2014.4.24 andphotodo@yna.co.kr/2014-04-24 14:20:04/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세월호참사> 단원고 등교 기자회견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운선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이 학생들이 언론에 전하는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2014.4.24 andphotodo@yna.co.kr/2014-04-24 14:20:04/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쉬는 시간이면 2학년 교실에 가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애들이 있어요.”

아직도 100명 가까운 후배들의 생사를 모르는 채 학교로 돌아온 경기 안산시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텅 빈 2학년 교실이 위치한 3층을 서성인다. “내가 너를 잊지 않을게. 1년에 한 번씩 꼭 찾아갈게”라고 편지를 쓴다. 24일부터 정상 수업을 시작한 3학년 학생들이 후배를 잃은 아픔을 달래는 방법들이다.

사고가 난 이후부터 단원고에 상주하면서 학생들의 심리 치료를 돕고 있는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센터장 정운선 경북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첫 날보다는 둘째 날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떠들거나 웃는 등 또래다운 모습을 찾았다”면서도 “숙연한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3학년은 특히 2학년과의 추억이 많다. 추억이 많을수록 그리움도 크다. 정 교수는 “단원고는 동아리가 굉장히 많고 잘 되는 학교인데 특히 3학년은 2학년과 동아리 활동을 오래하면서 끈끈한 정이 있다”며 “‘애들 다 키워놓고 이제 3학년이니까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라며 후배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2학년이 빠진 동아리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정 교수는 “‘이 동아리를 내가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고3인데도 1학년을 직접 가르치려고 하는 등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어서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슬픔, 미안함, 분노, 화 등을 표출하고 있다. 정 교수는 “후배들은 죽고 없는데 자기들은 수능을 쳐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그 자체가 이들에게는 엄청난 죄책감이다”라고 말했다. 고3이니까 정상수업을 빨리 하자는 친구나 실종된 후배들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친구나 마찬가지다. 남학생들은 축구가 하고 싶다면서도 “나중에 유가족이 알면 미안할까 봐”라며 망설인다. 그러나 정 교수에 따르면 이 모두 건강한 애도 반응이다. 쌓아두지 않고 건강하게 토해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을 걱정하며 살펴달라고 부탁하는 어른스러운 면도 드러난다. 학생들은 ‘○○ 선생님은 꼭 면담해주세요. 거부해도 꼭 해주세요’라고 적어낸다. 정 교수는 “교사의 상태가 안 좋을수록 아이들의 회복 속도도 더뎠다”며 “교사들의 회복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를 빼앗아간 무책임한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걸림돌이다. 정 교수는 “상담치료 차 수업에 함께 들어가는 위(Wee)센터 전문상담교사들이 젊으면 아이들이 마음을 더 빨리 여는 반면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면 일단 경계한다”고 말했다. 우리를 버리고 도망간 어른들, ‘못 구해준 게 아니라 안 구해준 것’이라는 데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남은 학생들을 위한 상담 치료도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고, 학생은 학교를 다녀야 한다.” 입원 치료 중인 생존 학생들도 가장 익숙한 공간인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병원에 있다 보면 소식이 차단돼 사건 자체를 없던 일로 생각하는 ‘부인’을 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애도 반응 처리가 늦어지고, 늦어질수록 애들에게 나쁘다”고 지적했다.

안산=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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