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현장에 수중 구조장비 ‘다이빙 벨’ 투입을 불허했던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결정을 번복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뚜렷한 대책은커녕 일관성도 없는 정부의 행보에 수색 현장은 물론이고 실종자 가족들도 혼란에 휩싸였다.
다이빙 벨은 사고 나흘째인 19일 민간업체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이 장비를 쓰면 20시간 이상 잠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모선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공기를 공급 받는 종 모양의 이 장비를 투입하면 잠수사의 수중 체류가 길어져 구조 작업이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대표는 이틀 뒤 직접 만든 다이빙 벨을 싣고 현장으로 갔지만 정부가 안전 문제를 들어 사용을 불허해 철수했다.
이후 더딘 수색 작업에 반발한 실종자 가족들이 24일 다이빙 벨 투입을 강력히 요청하자,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대표는 25, 26일 두 차례 다이빙 벨 설치를 시도했으나 수색에 동원된 기존 바지선의 닻줄과 엉킬 위험이 있어 설치하지 못했다.
구조 현장에서는 다이빙 벨을 다시 투입키로 한 정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유속이 빠른 바다에서 사용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그나마 체계가 잡힌 수색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팀 관계자는 “다이빙 벨이 조류에 휩쓸려 가이드라인이나 잠수부에 공기를 공급하는 호스 등이 꼬이거나 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정부 대응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과 불만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부 언론이 세월호 선사측 요청으로 수색에 참여한 민간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가 다이빙 벨 투입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가족들은 26일 김윤상 언딘 대표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이종인 대표를 불러 정확한 상황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27일 낮 12시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실종자 가족회의에서는 “수색을 지연시키면서까지 다이빙 벨을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과 “믿을 수 없는 언딘을 철수시키고 다이빙 벨을 투입하라”는 주장이 격하게 대립했다. 회의를 지켜본 A(52)씨는 “다이빙 벨 투입 찬반으로 나눠 수색 작업을 따로 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했다”며 “이게 모두 정부가 리더십을 상실해 가족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팽목항에 있는 다이빙 벨을 29일 다시 투입할 계획이다.
진도=손효숙기자 shs@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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