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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이 믿기지 않는 이형택 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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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이 믿기지 않는 이형택 라켓

입력
2014.04.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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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38)이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르꼬끄 스포르티브 서울오픈 국제남자 1차 퓨처스대회 엔히크 쿠나(브라질)-대니얼 응우엔(미국)과의 복식 결승에서 상대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이형택은 열 다섯 살 아래 후배 임용규(23)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이형택(38)이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르꼬끄 스포르티브 서울오픈 국제남자 1차 퓨처스대회 엔히크 쿠나(브라질)-대니얼 응우엔(미국)과의 복식 결승에서 상대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이형택은 열 다섯 살 아래 후배 임용규(23)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 이형택(38)의 라켓은 아직 식지 않았다. 아니 ‘시퍼렇게 살아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형택은 26일 국제테니스연맹(ITF) 르꼬끄 스포르티브 서울오픈 국제남자 1차 퓨처스대회(총상금 1만5,000달러) 복식 결승에서 열 다섯 살 아래 후배 임용규(23)와 한 조를 이뤄 우승을 차지한 뒤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승컵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는 5년5개월 만이다. 이형택은 “짜릿한 흥분에 앞서 ‘살아있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 나이가 호적상 서른 여덟이지만, 실제론 마흔입니다. 마흔”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형택은 한국 남자마라톤의 이봉주(45)와 같은 인상을 준다. 모두들 ‘퇴물’이라고 수군거릴 때 이봉주는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8세의 나이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시 이봉주는 막판까지 1위에 한 참 뒤처진 채 달렸으나, 기적처럼 레이스를 뒤집는 투혼을 발휘해 국민적인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형택도 마찬가지다. 급성장하는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에 대회 단식 출전을 한사코 고사했다. 그러나 복식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28일 시작되는 서울 오픈 2차대회 단식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형택은 “(일본의)다테를 보니 난 한참 어리다.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테 기미코 크룸은 올해 나이 마흔 넷이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뛰는 최고령 선수다. 한때 랭킹 4위까지 올랐으나 결혼과 함께 1996년 코트를 떠난 뒤 2008년 복귀했다. 현역시절 다테가 아시아 여자테니스의 ‘상징’이었다면 이형택은 남자 테니스 ‘간판’이었다. 실제 남자프로테니스(ATP) 홈페이지에는 이형택을 2006~07년 아시아의 ‘넘버 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불혹을 눈앞에 둔 이형택은 “정말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체력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단식에 나선 이상 랭킹포인트 확보가 우선이다”고 말했다. 1993년 첫 ATP 단식 랭킹 포인트를 획득한 이형택이 랭킹 36위까지 오른 후, 21년 만에 다시 단식랭킹포인트 획득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입버릇처럼 “후배들이 나를 뛰어넘어 내 이름이 잊혀지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테니스는 여전히 이형택을 ‘필요’로 하고 있다. 빙상의 이규혁(36)은 이달 초 은퇴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나이 많은 선수가 운동하기 힘들다는 것을 작년에 느꼈다.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있더라.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스포츠는 정정당당한 것이다. 실력이 있는데도 양보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성적 나오기 어렵다. 나는 끝까지 이기려 하고, 후배들은 이 도전을 버텨내는 것이 내가 아는 스포츠다”라고 말했다. 지금 이형택이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한편 이형택의 복식 파트너 임용규는 27일 단식 우승도 차지해 단ㆍ복식을 휩쓸었다. 임용규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막시밀리안 노이흐리스트(23ㆍ오스트리아)를 2-0(7-6 6-3)으로 물리쳤다. 지난해 6월 김천 퓨처스 이후 10개월 만에 퓨처스 대회 정상 복귀다. 임용규는 “상대 서브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한 발 더 뛴다는 생각으로 임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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