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감축률이 높은 대학에 가산점을 주는 교육부의 수도권ㆍ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신청 마감(30일)이 임박하면서, 지방대의 ‘구조조정 폭탄’이 가시화하고 있다. 거점 국립대조차 간판으로 내세웠던 학부의 폐지를 결정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는 중이다. 교육부가 대학의 정원 감축 계획을 반영해 재정지원사업 대학을 선정하기로 하는 등 대학구조개혁안을 내놨을 때 제기된 ‘벚꽃 피는 지역 순서대로 퇴출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전국 각 대학의 정원 감축계획에 따르면, 서울의 일부 주요대는 정원을 전혀 줄이지 않고, 수도권은 4% 수준, 지방대는 7~10% 줄이기로 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이 정원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 한양대 등은 4% 감축을 결정했거나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반면, 강원대 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등 지방의 거점 국립대는 10% 감축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0% 감축은 대학 평가에서 가장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이다. 교육부는 대학 특성화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2014학년도 입학정원과 비교해 10% 이상 줄이면 5점, 7∼10%는 4점, 4% 이상은 3점의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사업 선정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한 지방대들은 더 많은 가산점을 받기 위해 높은 감축안을 수립한 결과다. 특히 일부 거점 국립대는 신입생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하며 홍보했던 간판학부의 폐지까지 결정해 파장이 만만찮다. 잠정적으로 7% 감축안을 세운 경북대는 글로벌인재학부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 학생들이 17일째 총장실에서 농성 중이다. 이 학부는 경북대가 지역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2010년 신설했다. 신입생 전원에게 입학금ㆍ등록금 전액 및 기숙사 제공, 미국 버클리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어학연수 지원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미달사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폐지 방침을 세웠다.
이 학부의 한 재학생은 “대학 측은 고비용 저효율을 폐지의 이유로 말하고 있지만, 5년도 안돼 없앨 거면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라며 “학교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반발했다.
그 밖의 대학에선 인문ㆍ예술계열 등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과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부산의 사립대인 동의대는 7% 감축안을 세운 뒤 2015학년도부터 불문과 독문과 물리학과의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해 내홍을 겪고 있다. 충북 청주대는 한문교육과(정원 37명)와 사회학과(정원 30명)의 폐과를 결정했고, 서원대는 미술학과(정원 20명)와 뷰티학과(정원 30명)를 뷰티학과(정원 30명)로, 경영정보학과(정원 30명)와 경제학과(정원 20명)를 유통경제정보학과(정원 40명)로 통폐합하기로 해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거용(상명대 교수) 대학교육연구소장은 “정부는 ‘자율 감축’을 내세웠지만 애초 출발선이 다른 지방대는 더 높은 비율로 구조조정을 하게 되고 그 중에서도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열 학과와 예체능계가 통폐합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수도권, 광역시, 지역으로 권역을 나눠 대학구조개혁을 진행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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