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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알짜 정보만" 잘나가던 의사, 출판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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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알짜 정보만" 잘나가던 의사, 출판에 뛰어들다

입력
2014.04.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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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강병철 꿈꿀자유 대표가 캐나다 벤쿠버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의학, 과학 책을 내겠다는 그는 올해 저신장, 스마트폰 중독 등을 다룬 3, 4권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꿈꿀자유 제공)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강병철 꿈꿀자유 대표가 캐나다 벤쿠버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의학, 과학 책을 내겠다는 그는 올해 저신장, 스마트폰 중독 등을 다룬 3, 4권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꿈꿀자유 제공)

“쉽게 살 빼는 방법? 통증 빨리 가라앉히는 방법? 대중의 구미에 맞춘 책들은 수두룩해요. 하지만 병을 치료한다는 건 결코 쉽고 빨리 되지 않습니다. 그럴듯하게 포장한 책 말고 믿을 수 있는 건강정보를 담은 책을 내야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진정 가치 있는 의학서적만 내겠다는, 조금은 ‘위험한’ 포부를 갖고 지난해 문을 연 신생 출판사 ‘꿈꿀자유’의 강병철(47)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이었다. 자투리 시간에 해오던 번역 일이 손에 익어 병원 문을 닫고 출판인으로 전업한 뒤 “가장 잘 아는 분야인 어린이 건강, 육아 책부터 시작해 과학 전반으로까지 확대하겠다”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꿈꿀자유가 지금까지 내놓은 책은 우리 아이 야뇨증과 변비 거뜬히 이겨내기와 우리 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두 권이다. 아이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 때 부모가 겪는 심리적 충격을 이용해 우리 사회가 과잉 치료를 부추긴다는 점을 꼬집는 책이다.

“성조숙증 진단이 나오면 미국의 부모들은 대개 아이가 정서적으로 힘들지 않을지 먼저 살펴주죠. 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키부터 걱정해요. 성조숙증을 앓았다고 어른이 됐을 때 모두 키가 심각하게 작아지는 건 아닙니다. 상업주의와 결합한 과한 우려, 지나친 치료가 아이에게 도리어 ‘나는 환자, 나는 비정상’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죠.”

서울대를 졸업하고 제주도에서 문을 연 병원은 매일 환자가 줄을 설만큼 잘 됐다. 지역에서 인심도 얻으며 남 부러울 것 없이 지내던 강 ‘원장’이 출판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는 8년 전 번역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아내와 함께 2000년 영국에 다녀왔어요.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죠. 세상 사는 방식이 이게 다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유럽에서 살아보려고 5년 뒤 영국 의사면허를 땄죠. 병원도 정리하고 영어권 생활도 준비할 시간을 벌려고 아내와 아이들을 싱가포르에 보내놓고 잠시 ‘기러기 아빠’가 됐어요. 그때 남는 시간을 충실히 보내려고 시작한 일이 번역이에요.”

하지만 유럽 의사의 꿈은 쉽지 않았다. 2006년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는 전파됐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 이후였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잘 정도로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렸다. 일단 몇 년 푹 쉬기로 하고 강 대표와 가족들은 캐나다 밴쿠버로 이사했다.

“그 동안 번역서를 16권 냈어요. 점점 재미가 붙으면서 여기저기서 의뢰도 계속 들어왔어요. 의사로서 좀더 보람 있는 방향을 찾아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단순 번역이 아니라 기획부터 시작했다. 처음 기획한 책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구의 약 1%가 겪는 조현병(정신분열병)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는 출판사를 설득해 조현병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번역, 출간했다.

“6년 동안 초판도 다 안 팔렸어요.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입힌 셈이 됐죠. 손해를 봐도 차라리 내가 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출판사를 시작했어요.”

국내 출판사는 4만 개가 넘는다. 이 중 약 94%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못 내고, 절반은 3년 버티기도 어렵다. “자본으로 무장한 몇몇 대형 출판사가 독자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독점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강 대표는 “인터넷이 아닌 도서관에서 건강 정보를 얻는 게 자연스러운 지식기반사회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일정한 틀을 정해놓고 거기서 벗어나면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치료하려고 하죠. 병이 아닌데도 병인 것처럼 여겨요.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의사로서 책을 통해 알리고 싶습니다. 얼마나 팔릴 지는요? 당분간은 망하지만 않는 게 목표에요(웃음).”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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