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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이름으로 병 치료... 건보자격 도용 1년에 4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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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이름으로 병 치료... 건보자격 도용 1년에 4만건

입력
2014.04.2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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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암 치료를 받았던 조선족 여성 황성주(55ㆍ가명)씨. 황씨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지난달 초 숨을 거뒀다. 그런데 시신을 안치한 다음날 병원 원무과로 “나는 죽지 않았다”며 자신이 진짜 황성주라는 한 여성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취업비자를 받고 입국해 건강보험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불법체류자가 된 이 여성은 중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김모(63)씨의 부탁으로 이름을 빌려줬고, 병원에서는 황씨 이름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것. 그러나 불법체류자여서 신원 확인은 쉽지 않았다. 결국 진짜 사망자인 김모씨의 딸(40)이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자청해 신원이 확인됐다. 병원은 건강보험으로 처리한 김씨의 치료비 1,400만원을 공단에 다시 돌려줬다.

캐나다 교포 장선혜(47ㆍ가명)씨는 2003년 한국국적을 상실하며 건강보험자격을 상실했다. 2011년 캐나다에서 다리가 부러져 국내에 입국해 치료를 받은 장씨는 이후 2년간 친언니의 건강보험증으로 골절뿐 아니라 척추통증, 위염, 감기, 피부염 등으로 60번이나 병원과 약국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았다. 장씨 언니가 외국에 간 사이 치료기록이 있는 것을 의심한 공단이 이 사실을 확인해 공단부담금 60만원을 청구할 때까지 병원도 약국도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건강보험 자격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대여, 도용해 사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2만9,379건(환수액 8억4,300만원)이었던 건강보험자격 도용건수는 이듬해 3만1,494건(환수액 8억5,000만원), 지난해 4만521건(환수액 9억3,200만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후에 적발된 것만 집계한 것이라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전대명 건보공단 급여관리실 차장은 “건강보험자격 도용은 친ㆍ인척, 지인 간에 은밀히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다”며 “이런 행태가 근절되지 않으면 건보 재정 누수뿐 아니라 개인의 질병정보 왜곡, 수혈 오류 등 의료사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보건당국은 2001년과 2007년 IC카드를 내장한 형태의 건강보험 도입을 추진했으나,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병원이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1998년 이전에는 병원에서 환자의 의료보험증과 건강보험증을 확인하도록 돼있었으나 규제완화 때문에 관련 규정이 폐지됐다. 지난해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자에게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만들어졌으나 단속사례는 전무하다. 지난해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하지 않을 경우 병원에 과태료(100만원)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이 제출돼 있으나 환자들의 거부감 등을 이유로 병원들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라리 건강보험 자격여부를 확인한 병원과 약국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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