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한미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매우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며 “여성들이 인권을 침해 당한 것은 전쟁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쇼킹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일본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정당화 등 역사인식을 묻는 질문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꺼내 이 같이 대답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하고 또 그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끔찍하다, 지독하다, 쇼킹하다(terrible, egregious, shocking)”는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인권침해를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7년 4월 17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세계 역사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라며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적은 있으나 인권침해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이는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일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재건을 위한 미국 측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들도 과거에 대해 보다 솔직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이해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역사 인식 변화와 위안부 문제 해결책 마련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제가 일본과 한국 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를 생각해 어떻게 하면 이런 과거사를 둘러싼 긴장을 해소하는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고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압박하면서도 한국을 달래서 한일 관계를 개선시켜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자세를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3월 한미일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그 회담 전 무라야마나 고노 담화를 역대 정부와 같이 계승하고, 위안부 피해자 분들에 대해서 뭔가 성의 있는 해결을 위해 힘쓰겠다는 일본 지도자가 보인 여러 약속들이 있다”며 “이런 모멘텀을 살려나가려면 다른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아베 신조 총리가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신 동안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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