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계열사 대표 김모(52)씨가 유씨 일가의 해외 비자금을 관리해 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인천지검 세월호 선사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설립자인 유씨가 자신의 두 아들 및 측근 명의의 차명으로 13개 계열사를 운영하며 얻은 수익을 빼돌려 김씨에게 보내고 해외에서 장기간 차명 보관해온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에게 29일까지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유씨의 비서 출신으로 전문직 자격증과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오대양 사건’때 ‘구원파’ 신도들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하며 비자금을 부풀리고 관리한 것으로 드러난 박순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에게 비자금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유씨의 최측근 세모 대표 고창환(67)씨를 이날 소환 조사했다. 고씨는 유씨의 지시를 받고 회사돈 일부를 빼돌려 김씨에게 송금하거나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씨를 상대로 유씨의 지시에 따라 운전기사 이모씨를 통해 정관계에 로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 외에도 지주사인 아이원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유씨의 차남 혁기(43)씨와 딸, 유씨의 측근인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에게도 29일까지 귀국해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해외 체류자 중 일부는 최근 출국금지가 내려지기 직전 출국했다.
검찰은 또 유씨가 3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을 끌어 모아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특히 ‘SLPLUS’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유씨의 두 아들이 최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포함한 10여 개 관계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회사가 실제로는 경영자문을 하지도 않고 컨설팅 비용을 받아 챙겼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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