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인들을 위로하는 애도의 뜻을 표하고 묵념을 제안했고, 그 마음을 담은 징표로 성조기와 백악관 목련 묘목도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박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장에 입장한 뒤 자리에 앉기에 앞서 “한국민들이 깊은 비탄에 빠져 있는 시기에 왔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의 동맹국이자 친구로서 이런 큰 사망자를 잃은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본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잠깐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제안에 박근혜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말한 뒤 두 정상은 30초간 묵념한 뒤 자리에 앉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9ㆍ11 테러 후에 미국 국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서 그 힘든 과정을 극복해냈듯이 한국 국민들도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가 침몰하는 당일 백악관에 게양됐던 성조기를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군인이나 참전 용사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국기를 증정하는 전통이 있다”며 “이 국기는 애도의 뜻과 어려운 시기에 함께 하는 우리의 마음, 그리고 한국을 동맹국이자 우방으로 부르는 미국의 자긍심을 나타내는 국기”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나는 두 딸을 가지는 아버지로, 희생 당한 학생들이 우리 딸과 비슷한 나이”라며 거듭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고로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에 백악관 목련묘목을 바치겠다며 “목련 나무는 아름다움과 함께 봄마다 새로 피는 부활을 의미한다”며 “그들의 아름다운 생명과 한미 양국의 우정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목련 나무는 미국 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사별한 부인 레이첼을 기리기 위해 집에서 가져온 목련 싹을 심은 것으로 1800년대 중반부터 백악관 잔디밭을 장식해왔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수석은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화려하지 않은 일정으로 해달라며 여러 가지로 겸양의 뜻을 표시했다”며 “경복궁 방문시 열릴 예정이었던 문화행사가 취소됐고, 취타대 연주 환영행사와 어린이 환영단 행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 뒤 10여분간 통역만 대동하고 청와대 내 정원을 산책했다. 지난해 5월 박 대통령 방미시 두 정상은 백악관 로즈가든 옆 복도를 함께 산책했다. 두 정상은 이어 1시간 30분 가량 업무만찬을 함께 하며 양국간의 경제 사회 등에 대한 실질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외신기자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최대 국제이슈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고 오바마 대통령도 상당시간을 할애하며 답했다. 오마바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 침해나 영토 침해는 미국이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점점 세계를 냉전 관점으로 보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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